1. 나는 이 책을 선택하기 전 '이방인'이라는 작품이 어떤 내용인지, 어떤 점에서 손꼽히는 고전문학으로 평가를 받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단지 얼마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주인공이 나무에 기대서서 '이방인'을 읽고 있었는데, 주인공의 상황과 제목이 너무나 딱 맞아 떨어지는것 같아 갑자기 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2. 책을 읽기 전 책표지에 있는 서평에 '억압적인 관습과 부조리를 고발하며 영원한 신화의 반열에 오른 작품'이라고 되어 있어 매우 기대가 되었다. 어떤 부조리를 강렬히 비판한 책일까? 그런데 책을 다 읽고나서도 나는 가슴으로 와닿는 '부조리'는 검사의 엉터리 변론 이외에는 잘 발견할 수가 없었다.
3. 주인공 뫼르소는 엄마가 돌아가신 후 일련의 사건을 겪다가 한 아랍인을 우발적으로 권총을 이용해 살해하게 된다. 이후 그는 사형선고를 받게 된다. 그런데 그 재판과정이 매우 이상했다. 논란의 본질은 뫼르소가 누군가를 살해하였다는 것이고, 이를 우발적으로 했는지 아니면 계획적으로 했는지에 따라 형량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검사는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뫼르소가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슬퍼하지도 않고 그대로 일상생활을 이어갔다는 사실만으로 그가 범죄를 저지를만한 인물이라고 단언한다. 이런 타락한 영혼은 당연히 계획적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이어간다.
4. 문제는 검사의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이 배심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판결에도 영향을 미쳐서 사형선고가 언도되었다는 점이다. 현실에서는 이런 논리로 실제 사형이 언도되는 사례는 절대 없겠지만, 사형제도와 재판과정의 모순에 대해 작가가 고발하고자 했다는 점은 참작할만하다. 나 역시도 뫼르소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에 애착을 갖는 모습을 보며 사형제도가 과연 꼭 필요한 것인지, 국가는 국민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가 과연 있는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5. 그렇다면 재판과정의 부조리는 공감한다고 하더라도, 책 서평 하단에 적힌 '뫼르소라는 인물을 통해 관습과 규칙에서 벗어난 새로운 인간상을 제시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뫼르소는 냉소적이고 지나치게 현실적인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그건 그의 개성으로 존중해줄 수 있지만 타인을 해치면 안된다는 당연한 '윤리'는 절대 벗어나면 안되는 관습과 규칙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6. 뫼르소는 엄마의 장례식에서 보통의 사람처럼 매우 슬퍼한다거나 고인을 애도하는 모습을 크게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그는 일상생활을 그대로 이어갔다. 이건 그의 냉소적인 성격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와의 유대관계가 크게 좋지 않았다고 추측된다. 그런데 뫼르소는 엄마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본인을 그렇게 좋아하고 함께하면 즐거운 여자친구 마리에게도 어느정도 냉담한 부분이 있다. 뫼르소는 인간관계가 크게 집착하지 않고, 어쩌면 인관관계를 어떻게 형성하고 유지해나가야 하는지 모르는 매우 외로운 사람이 아니었을까 한다. 그런데 이런 부분이 있다고 해서 뫼르소를 범죄적 인간으로 분류하는 것은 매우 심한 논리적 비약이다.
7. 다만 뫼르소는 분명 '윤리성'이 결여된 인간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다소 자기중심적인 성향인것 같다. 본인이 하는 행동이 윤리적으로 어긋난다고 하더라도 본인이 편하고 옳다고 생각하는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우선 뫼르소는 레몽이 애인을 심하게 때리는 소리를 듣고, 본인의 눈으로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에게 "레몽의 애인이 레몽을 무시했다"고 진술한다. 레몽과 크게 친분이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맞은 여자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도 없고 거짓진술을 하는것에 대한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또한 아랍인을 죽이고 난 이후에도 어떤 원한이 있어서 죽인것이 아님에도 살인에 대한 죄의식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점을 종합해 봤을때 뫼르소는 '윤리성'에 대한 학습이 전혀 되지 않은 인간이지 않을까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새로운 인간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절대 나타나면 안되는 인간상이라고 생각한다.
8. 고전의 특징은 생각할 거리들이 현대에도 유의미하게 적용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는 '이방인'을 읽은 것이 매우 좋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서평에는 거의 동의할 수 없었다는 점이 매우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