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우는 미적분은 대부분 공식 암기와 문제 풀이로 시작해서 그것으로 끝난다. 극한, 미분계수, 적분의 정의를 외우고, 유형별 문제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수능이 끝난다. 왜 배우는지, 실제로 어디에 쓰이는지는 좀처럼 가르쳐주지 않는다. 한화택 교수의 『미적분의 쓸모』는 바로 그 공백을 채워주는 책이다.
저자는 미적분을 한마디로 '변화를 다루는 언어'로 정의한다. 미분은 어떤 현상의 순간적인 변화율을 포착하고, 적분은 그 변화들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누적해 전체 그림을 완성한다. 이 두 가지 사고방식이 결합되어 넷플릭스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기후변화 예측 모델, MRI 영상 기술, 금융 파생상품의 가격 산정, 코로나 확산 곡선 분석에 이르기까지 현대 문명의 핵심 곳곳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책은 풍부한 사례로 보여준다. 수학이 현실과 무관한 추상의 세계가 아니라, 세상의 작동 원리를 정밀하게 기술하는 실질적인 도구임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실감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미적분을 단순한 계산 기술이 아닌 하나의 '세계관'으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세상의 모든 현상은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이며, 미적분은 그 변화를 포착하고 예측하는 사고의 틀이라는 것이다. 뉴턴과 라이프니츠가 미적분을 발명한 것도 단순한 수학적 유희가 아니라 행성의 운동과 물체의 낙하를 설명하려는 절실한 필요에서 비롯되었음을 저자는 역사적 맥락과 함께 풀어낸다. 수학이 인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하고 발전해왔다는 시각은, 수학을 단순히 입시 과목으로만 바라보던 시각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는다.
아직 어리지만 두 자녀를 둔 나의 경우에도 수학 교육은 앞으로 큰 숙제이자 도전 과제로 여겨질 것 같다. 학창시절 수학을 그리 못하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 처럼 수학이 실생활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알았다면 좀 더 수학에 흥미를 가졌을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무엇을 위해 미적분을 배우고 있는가. 수능 점수를 위해 공식을 외우는 것과, 변화하는 세계를 분석하는 사고력을 기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저자가 책 전반에서 강조하는 것은 계산 능력이 아니라 '미적분적 사고'—즉 현상을 변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이다. AI와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시대에 이 사고방식은 특정 직업군의 전유물이 아니라 기본 소양에 가깝다.
결국 이 책이 주는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수학을 '왜 배우는지'를 먼저 알아야 제대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개념의 탄생 배경과 현실 속 쓰임새를 이해한 아이와, 그것 없이 공식만 반복 훈련한 아이는 같은 시험 점수를 받더라도 수학을 대하는 태도와 응용력에서 결국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아이가 미적분을 처음 마주하기 전에, 혹은 이미 수학을 어렵고 무의미하게 느끼게 된 이후라도 부모가 먼저 읽고 그 맥락을 함께 이야기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수학에 대한 태도 하나가 달라지는 것, 그것이 이 책이 줄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가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