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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의 바다에서
5.0
  • 조회 0
  • 작성일 2026-05-29
  • 작성자 권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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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의 《고요의 바다에서》는 20세기부터 25세기까지 500 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인간 존재의 의미와 삶의 소중함을 묻는 서정적인 SF 소설이다.

이 작품은 1912 년의 작가 에드윈 세인트앤드루, 2020 년의 미렐라와 빈센트, 2203 년의 소설가 올리브, 2401 년의 조이와 개스퍼리 등 서로 다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섬세하게 연결한다. 개스퍼리는 특이현상을 겪은 인물들을 인터뷰하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며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소설은 시간여행, 평행우주, 시뮬레이션 이론, 관료주의, 역병 등 다양한 소재를 유려하게 풀어낸다.

특히 시뮬레이션 이론이 작품의 핵심이다. 이는 "인류가 생활하는 세계가 모두 모의 현실일 수 있다"는 가설로, 영화 <매트릭스>와 유사하지만 배경이 지구에서 전우주로 확장된다. 소설 속 인물들 대부분은 자신이 시뮬레이션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며, 극소수만 진실을 안다.

이 소설이 가장 강력하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불가해의 시간과 장소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영위해야 한다는 사실만이 진리"라는 점이다. 막막하고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인물들이 선택한 삶의 방식은 "지금을 있는 힘껏 살아가는 것"이다. 그들의 선택들은 때로 나약하거나 무모하게 비칠지언정 "인간적인, 너무 인간적인" 특성을 드러내며 우리를 공감하고 응원하게 만든다

팬데믹 상황도 소설에 등장하며, 이는 우리가 겪은 코로나를 떠올리게 한다. 종말에 가까운 위기 앞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은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매우 묵직하게 다가온다.

500 년에 걸친 시간을 여행한 뒤 느끼는 기묘한 상실감은 독자로 하여금 삶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게 한다.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은 방대한 시간과 다채로운 인물들을 아름다운 필치로 수놓으며 독특한 서정성과 세상을 향한 고요한 애정을 보여준다.

이 책은 SF 초보자부터 시간여행 소재를 좋아하는 독자까지 폭넓게 추천할만하다. 전 세계 24 개 언어로 출간되며 약 50 만 부 판매된 이 작품은 버락 오바마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등 주요 매체가 선정한 '올해의 책'이기도 하다.

《고요의 바다에서》는 단순한 SF 소설을 넘어 인간의 나약함과 용기,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삶의 풍경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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