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고, 우리를 둘러싼 이 세계, 즉 공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뚜렷하게, 발견의 공간과 잉여의 공간으로 구별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가치를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실행도가 높고 의미가 있는 공간을 구별해 내는 안목, 즉 ‘도시 관측력’입니다.
도시 관측력이란 ‘공간의 가치와 맥락을 읽고 그 의미를 인식해 자신의 의사결정에 내재화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통해 도시의 움직임과 공간의 변화를 이해하고 자신의 미래와 관련지을 수 있어야 합니다. 유행 따위를 한발 먼저 알아채는 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유행은 사실 과거의 산물이니까요. 이미 지나 버린 힘과 운은 조우하더라도 잠시 주목받다가 곧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일시적인 유행이나 사건보다는,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될 굵직한 흐름에 주목해야 합니다. 변화의 신호를 감지하고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정보화 혁명을 예견했습니다. 지식과 정보가 사회 발전의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될 것이며, 컴퓨터와 휴대폰, IT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일하고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죠. 많은 사람들이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전자 오두막(electronic cottage)’을 짓고 살게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무척 흥미로운 예측이지만, 현실은 조금 달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도시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기술을 몸에 장착한 채 도시와 그 주변에 더 깊이 뿌리내렸죠. 도시는 인류 문명의 베이스캠프입니다. 삶의 본진은 도시에 두고, 필요할 때 도시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도시 온 앤 오프(City On-and-off)’의 삶이 더 보편적입니다.
미국의 저명한 도시 사회학자 레이 올덴버그(Ray Oldenburg)는 1989년 출간한 〈제3의 장소(The Great Good Place)〉에서 특별한 공간을 소개했습니다. 이는 집(제1의 공간)과 직장(제2의 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소중한 영역으로, 일상의 굴레에서 벗어나 주변 사람들과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장소입니다. 동네 카페에서 기분 좋은 수다를 떨고, 단골 술집에서 하루의 피로를 녹여 냅니다. 올덴버그는 제3의 공간이 단절된 사회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건강한 시민 사회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합니다.
최근에는 이와는 다른 성격의 ‘제4의 공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곳은 타인과의 교류보다는 자아에 집중하는 특별한 영역입니다. 비록 물리적 공간 자체는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만, 그 본질적 목적은 온전히 자기 몸과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있습니다. 과도한 사회적 기대와 관계의 압박에서 벗어나, 내면의 진정한 욕구에 귀 기울이며 육체적, 정신적 단단함을 다지는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