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선 작가의 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제목만 보면 죽음을 앞둔 누군가가 장례식을 준비하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나는 따뜻한 위로와 회복을 담은 판타지 힐링 소설입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극적인 슬픔으로 소비하지 않고, 상실을 겪은 이들이 애도와 돌봄을 통해 상처를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차분하게 그려낸 점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이야기는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종합병원 지하 매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무 살 주인공 '나희’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두 시가 되면 매점에는 그림자가 없는 특별한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이들은 이승에 응어리가 남아 곁을 떠나지 못한 죽은 이들의 영혼입니다. 반려묘를 홀로 두고 온 아주머니부터 치매에 걸린 아내를 걱정하는 남편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나희를 찾아옵니다. 총 6개의 에피소드 속에서 나희는 이들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며 엉킨 마음의 매듭을 풀어줍니다. 미처 전하지 못했던 후회와 미안함, 사랑을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며 이승을 떠나는 영혼들의 모습은 무섭기보다는 짙은 감동과 애잔함으로 다가옵니다.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다가온 것은 작가가 말하는 '완벽한 장례식’의 진정한 의미였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완벽한 장례식은 결코 화려하고 성대한 절차를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영혼들이 미련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진심이 닿아 평안하게 다른 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 자체가 가장 완벽한 이별이자 장례식임을 깨닫게 됩니다.
작가는 새벽 매점이라는 환상적인 설정을 빌려, 독자들에게 "오늘, 곁에 있는 이에게 충분히 진심을 전했나요?"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집니다. 결국 이 소설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남은 자들이 슬픔을 어떻게 끌어안고 살아갈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삶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죽음이라는 어두운 터널 끝에서 마주한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과 내일을 향한 따뜻한 온기였습니다. 나 역시 언젠가 맞이할 완벽한 이별을 위해, 후회 없이 오늘을 살아가고 내 곁의 사람들에게 마음껏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만든 고마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