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누군가의 '품격’이나 '수준’을 이야기할 때 은연중에 그 사람의 경제적 부를 떠올리곤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돈이 많다고 해서 모두가 타인에게 존경받는 품격을 갖추고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진정한 의미의 품격, 즉 타인과 구별되는 나만의 고유한 아우라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도리스 메르틴의 저서 『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은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하고도 깊이 있는 해답을 제시해 줍니다. 특히 소장 가치가 있는 양장본으로 읽으니, 책이 전하고자 하는 삶의 묵직한 무게감과 품격이 손끝으로 먼저 전해지는 듯했습니다. '아비투스(Habitus)'는 원래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 취향, 습관, 가치관 등을 모두 아우르는 말입니다. 즉, 내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 무엇을 보고 들으며 살아왔는지가 내 몸과 마음에 각인된 결과물이 바로 아비투스입니다. 저자인 도리스 메르틴은 이 아비투스가 단순히 태어날 때부터 주어져 영원히 바꿀 수 없는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재구성되고 확장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책은 이러한 아비투스를 구성하는 요소를 총 7가지 자본(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 자본)으로 나누어 세밀하게 분석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절대적인 기준으로 여겨지는 '경제 자본(돈)'이 7가지 자본 중 단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돈은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이며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상위 계층의 진정한 품격을 완성할 수 없다는 저자의 통찰이 매우 날카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회복탄력성과 낙관주의를 뜻하는 ‘심리 자본’,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며 삶의 풍요로움을 느끼는 ‘문화 자본’, 타인을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고 품위 있게 전달하는 ‘언어 자본’, 그리고 건강한 몸과 바른 자세에서 뿜어져 나오는 ‘신체 자본’ 등이 모두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비로소 타인이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진정한 아비투스가 형성됩니다. 책장을 넘기며 자연스럽게 나 자신의 아비투스 상태를 뼈아프게 점검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나는 더 나은 삶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스펙을 쌓는 '지식 자본’과 통장 잔고를 늘리는 '경제 자본’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닐까 반성했습니다. 특히 나의 마음을 크게 때린 부분은 '언어 자본’과 '신체 자본’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무의식중에 사용하는 부정적인 어휘나 가벼운 말투, 그리고 스트레스와 피로를 핑계로 건강을 방치하며 구부정해진 자세가 일상 속에서 나의 품격을 조금씩 깎아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최상위 계층일수록 과시하는 언어보다는 절제되고 타인을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하며, 값비싼 명품으로 치장하기보다는 탄탄하고 활력 있는 몸 자체를 가장 훌륭한 자본으로 여긴다고 말합니다. 나 역시 일상 속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심리 자본을 기르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또한, ‘사회 자본’ 역시 저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내가 누구를 알고 지내는지, 어떤 네트워크에 속해 있는지가 곧 나의 아비투스를 대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무조건 인맥을 넓히려는 얄팍한 시도나 계산적인 관계 맺기보다는, 나 자신이 먼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어 자연스럽게 수준 높은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결국 내가 가진 7가지의 자본들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합하고 삶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내 인생의 질과 궤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은 저에게 긍정적인 자극과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비투스』는 단순히 '부자가 되는 법’이나 '상류층 흉내를 내는 법’을 얄팍하게 알려주는 처세술 책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으로서 어떻게 존엄을 지키고, 스스로를 깊이 있게 존중하며, 타인과 품격 있게 관계 맺을 것인가를 묻는 철학적인 지침서에 가깝습니다. 당장의 통장 잔고나 눈에 보이는 스펙에 연연하기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자본(심리, 언어, 신체, 문화 등)들을 가꾸는 데 앞으로의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겠습니다. 양장본 특유의 단단함만큼이나 내 삶에 묵직한 울림과 깊은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 이 책을, 스스로의 품격을 높이고 진정으로 풍요롭고 단단한 삶을 꿈꾸는 모든 분들께 강력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진정한 품격은 결코 하루아침에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그것은 매일의 좋은 습관과 바른 태도가 겹겹이 쌓여 만들어지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훈장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