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재무제표, 영업이익률, 손익계산서 같은 단어들은 늘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비주류경제학'을 펼치는 순간 그 두려움은 생각보다 빠르게 녹아내렸다. 이 책은 경제를 거창한 이론이나 복잡한 수식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내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러닝화, 팝업스토어, 제로슈가음료, 명품가방 같은 익숙한 소비 풍경을 실마리로 삼아, 그 이면에 흐르는 돈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책의 출발점은 단순하지만 날카로운 질문이다. 왜 어떤 것은 비주류였다가 갑자기 주류가 되는가? 한때 소수의 마니아만 즐기던 문화나 상품이 어느 순간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는 현상, 그 중심에 MZ세대, 특히 Z세대의 '취향'이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주장이다. 저자들은 단순한 유행 분석에 그치지 않고, 재무제표라는 도구를 들고 실제로 숫자를 파헤친다. 어떤 기업이 살아남고, 어떤 기업이 무너졌는지, 시장의 흥망성쇠가 차갑고 정직한 숫자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롭게 다가왔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소비로 찾은 Z취향 10' 이라는 코너다. Z세대의 소비를 단순히 '요즘 애들 취향'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떻게 산업 전체를 재편하는 힘이 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와 숫자로 보여준다. 러닝 열풍이 운동화 시장과 스포츠 브랜드의 매출 지형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건강에 대한 집착이 식음료 업계의 제품 라인업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팝업 스토어 문화가 오프라인 유통의 생존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읽다보면, 일상의 소비 행위가 사실은 엄청난 경제적 신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나는 그동안 단순히 소비자로서 그 흐름에 올라타고 있었을 뿐이었지만,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한 발 물러서서 그 구조를 바라볼 수 있었다.
책의 또 다른 미덕은 접근성이다. 이재용 회계사는 재무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를 압도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재무 덕후' 라는 별명답게, 자신의 관심사와 경제 분석을 자연스럽게 엮어내면서 독자를 편안하게 이끈다. 책의 첫 부분에 수록된 '재무제표 읽는 법'은 초심자도 부담 없이 숫자의 세계에 입문할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경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책 전반에 걸쳐 일관되게 유지된다는 점에서 신뢰가 갔다.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유튜브 콘텐츠를 책으로 재구성한 탓인지, 일부 챕터는 깊이보다 흥미에 더 치중된 느낌을 준다. 각 주제를 더 깊게 파고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의 목표가 경제학의 정밀한 이론 탐구보다 대중이 경제에 친숙해지도록 돕는 데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비판이라기보다 독자의 욕심에 가깝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바뀐 것은 소비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카페 줄, 한정판 운동화 대기, 특정 브랜드의 갑작스런 인기처럼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풍경들이 이제는 다르게 보인다. '왜 사람들이 저걸 사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저 시장의 구조는 어떻게 생겼는가'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거대한 지표를 암기하는 일이 아니라, 일상의 소비 행위 속에서 패턴을 읽어내는 습관을 기르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