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즐겨 보는 유튜브에서 영화평론가 이동진님이 추천한 소설책이다. 줄거리가 흥미로워 보여 읽게 됐는데 실제로는 고전문학과 철학에 대한 많은 기초 지식을 필요로 해서 읽는 것이 쉽지 않았다. 역자의 친절한 각주에도 불구하고, 고전문학에 문외한이고 파우스트를 비롯한 괴테의 책을 읽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소설을 완독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사건이 전개되면서 결말에 이르기까지 줄거리가 흥미롭게 진행되어 나름 재밌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주인공 도이치는 대학교수로 서양 문학과 괴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가족은 아내와 딸이 있으며 아내는 그가 존경하던 스승의 딸이기도 하다. 딸은 주인공과 외할아버지를 닮아 총명하며 학문에도 재능이 있어보인다. 그런데 요즘 밤에 사라지는 일이 잦다. 도이치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식사를 나누던 중 티백 꼬리표에 적힌 글귀를 보게된다. 티백마다 꼬리표에 명언이 적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에는 “사랑은 모든 것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고 뒤섞는다. -괴테-” 라고 적혀있었다. 괴테 전문가인 도이치지만 알듯말듯한 그 문장이 어디에서 봤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도이치는 정체불명의, 괴테가 말했다고 하는 글귀의 정체를 찾기위해 책도 뒤져보고 학계의 지인에게도 물어보지만 쉽사리 힌트를 찾지 못한다. 이런 저런 사람들을 만나고 몇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동료 교수의 제자를 지도하는데 그 제자가 제법 영특하여 마음에 든다. 영특한 그 제자는 알고보니 딸이 밤마다 만나러 나가는 남자친구였다. 이러 저러한 상황으로 남자친구를 통해 괴테가 했다는 명언의 출처를 찾아간다. 알고 보니 그 명언의 기원은 아내가 즐겨보던 독일인 원예 유튜버가 블로그 같은데 쓴 글이었다. 도이치는 가족과 딸의 남자친구를 데리고 독일의 그 유튜버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문제의 글귀가 무슨 뜻인지 알게 된다.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고, 티백 꼬리표에 적혀있던 글귀의 정체이자 이 소설의 주제에 대해 내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겠다. 좋은 말은 많지만 결국엔 사랑 속에서 실재해야 의미있는 것이다.
도이치의 독일 유학시절 룸메이트는 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고 했다고 한다. 독일에는 격언이나 좋은 얘기를 하고 누가 말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때 ‘괴테가 말하기를~’ 이라고 덧붙이는 관용표현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괴테가 폭넓은 학문을 다루고 삶의 전반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그렇게 말하면 얼추 틀린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어떤 말을 할 때 그 말의 내용이 중요한것이지, 누가 그 말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고 소설은 몇가지 사건을 통해 그렇게 얘기하고 있다.
사실 사랑보다 내가 재밌게 읽은 포인트는 처음에는 몰랐는데 결말에 이르니 모든 사건들이 순환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 이 소설의 프롤로그는 독일에 출장을 간 도이치와 그의 사위의 대화로 시작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사위가 주인공이고 사위가 장인에게 과거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본론에 들어가면 도이치의 관점에서 소설이 진행된다. 처음엔 몰입감을 강조하는 액자식 구성인가보다 했는데, 결말에 이르면 프롤로그의 사위가 동료 교수의 영특한 제자이자 딸이 밤마다 몰래 만나러 가는 남자 친구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물간의 관계로 보면 도이치의 사위도 스승의 딸과 결혼한 셈인데, 도이치 또한 스승의 딸과 결혼하여 구조적으로 순환하는데 작가가 프롤로그의 액자식 구성을 통해 순환하는 구조를 반복하고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그 외에 소설 전개에서도 아내가 초반부에 즐겨보던 유튜버가 알고보니 명언의 출발점이라는 설정 등 작중 사소하게 일어난 사건 내지는 떡밥들이 결말에 가면 연결되거나 회수된다. 물론 다소 작위적인 부분 없진 않지만 일본 드라마식 결말이라고 보면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느끼기에 이 소설을 구성하는 요소는 크게 세가지라고 생각하는데, 하나는 정체불명의 글귀 출처를 찾아가는 소소하면서도 흥미로운 서사고 다른 하나는 사랑에 관한 주제의식이다. 마지막 하나는 서양문학과 철학, 성경에 대한 끝이 없는 인용, 비유를 통해 얻는 지적인 즐거움이다. 기초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마지막 요소를 즐기지 못했다. 배경 지식이 더 풍부했다면 소설을 더 즐겁게 읽고 주제 의식에 더 명확하게 다가갈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