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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의 독서 (특별증보판)
5.0
  • 조회 0
  • 작성일 2026-06-01
  • 작성자 김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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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진정으로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말보다는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알고 싶은 사람일지라도 일거수일투족 24시간 365일을 쫓아 다니며 관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이 또한 한 인간의 일부만을 볼 수 있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한 사람을 알아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오랜 시간 동안 마주 앉아 여러 주제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도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결국 제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은 그의 책을 읽는 것이었습니다. 책을 읽음으로써 이해가 가지 않던 그의 발언들과 사상의 씨앗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자신이 쓴 책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파렴치한 인간도 있겠지만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는 솔직한 내면을 담아냈다고 믿어집니다. 이 서평은 8시간 남짓 책을 읽은 시간을 8시간의 깊은 대담으로 상상하며 작성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청춘의 독서』는 작가가 젊은 시절 읽었던 고전들과 그 고전에서 비롯된 작가의 생각을 정리한 고전 서평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총 15장으로 구성된 책은 소설부터 생물학,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있으며 다뤄진 작품은 다음과 같습니다. 도스토옙스키 『죄와 벌』, 리영희 『전환시대』, 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 멜서스 『인구론』, 푸시킨 『대위의 딸』, 맹자 『맹자』, 최인훈 『광장』, 사마천 『사기』,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찰스 다윈 『종의 기원』, 베블런 『유한계급론』, 핸리 조지 『진보와 빈곤』, 하인리히 뵐 『카타리나 볼룸의 잃어버린 명예』, e.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존 스튜어트 밀 『자유론』
다뤄진 작품들과 유시민 작가의 평가를 비춰보면 작가가 가져온 문제의식과 그간 제시해온 해법에 대한 의문이 풀립니다. 정치인 유시민은 현실 정치인으로서 여러 사회문제에 문제를 제기하거나, 관료집단의 수장으로서 해법을 제시해왔습니다. 때로는 명쾌한 문제 제기와 해법이라고 생각될 때도 있지만 지나치게 과격하거나 문제의 본질과는 전혀 상관없다는 인상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평가만 하는 입장에서야 호불호/참거짓의 문제로 일도양단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말처럼 쉽게 양단되지는 않았음이 분명합니다.
정책은 시민 다수에게 광범위한 영역에서 영향을 끼치기에 적절치 않은 해법에 대한 비판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해법의 타당성을 넘어 문제의식 자체를 부정합니다. 잘못된 해법이 나오는 것은 잘못된 문제의식에서 비롯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 내지 비난은 문제제기자 즉, 유시민 작가 개인에게 향합니다. 개인은 각자의 정치 성향 내지 경험에 비춰 사회의 문제를 진단합니다. 유가 사상가에게는 인이 부족한 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게 문제이며, 법가에겐 강력한 법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유시민 작가의 문제의식은 그가 읽어왔던 책과 경험했던 사건들에서 비롯됩니다. 개인의 문제의식은 개인의 사상에 귀속되므로 그의 문제의식을 비난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그간 가장 이해가 가지 않던 유시민 작가의 태도는 언론과 검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언론과 검찰에 대한 권력자의 비판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법 정의를 무너뜨릴 위험을 내포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그의 문제의식이 개인의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카타리나 볼룸의 잃어버린 명예』를 다룬 장에서 잘 나타납니다. 『카타리나 볼룸의 잃어버린 명예』에서 카타리나는 자극적인 언론 보도와 피의 사실 유포로 큰 고통을 겪은 끝에 기자를 살해합니다. 사람들은 언론 보도의 참 거짓을 판단하지 않고 '어느 정도 진실'이라는 두루뭉술한 판단으로 넘어갑니다. 그렇기에 카타리나가 자신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자를 향해 총구를 들이미는 방법밖에는 남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어느 힘센 신문이 자기 나름의 목적의식에 입각해 특정한 종류의 사건에 대해 고의적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 정보를 지속적으로 내보낸다면. 나는 그렇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작가가 현역 관료 시절 모셨던 대통령이 언론과 검찰의 자극적인 보도와 피의 사실 유포로 극단적인 결과에 이르렀던 경험이 언론과 검찰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부동산 정책과 복지 정책에 대한 그의 철학은 멜서스의 『인구론』,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비롯됩니다. (작가가 청춘의 독서에서 언급하지 않은 책과 경험에서도 비롯됐을 것이다.) 지주가 지대추구 끝에 진보의 성과를 독차지 한다다는 문제의식은 토지공개념과 종합부동산세 개념으로 이어집니다. 역사가 진보한다는 믿음은 사회운동에 투신하는 계기가 됩니다.
유시민 작가는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고 소개합니다. 그가 대중이 어려워할 만한 지식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에 그렇게 소개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의 지식을 실천하기 위해 싸워온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록 완벽하지는 않고 오답을 제시할 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쓴 글은 그를 닮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책을 읽고 서평을 작성하지만, 그의 글 앞에서 낮은 지식의 깊이와 좁은 사유의 폭이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언젠가 『청춘의 독서』와 같은 서평집을 작성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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