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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베이거스 살인사건
5.0
  • 조회 1
  • 작성일 2026-05-28
  • 작성자 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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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화려함 속에서 찾아낸 정의와 가족의 의미 : 이장우 작가의 '라스베이거스 살인사건'을 읽고

오십을 넘긴 나이가 되도록 내 손으로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를 찾아 읽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에게 책이란 주로 세상의 이치를 담은 인문서나 삶의 지혜를 주는 에세이, 혹은 업무와 관련된 실용서가 전부였던 것 같다. 간혹 진짜 너무나 유명해서 안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몇 편의 소설과 시집은 최소한의 정보로서 독서한 적이 있다. 그런 내가 이장우 작가의 추리소설 '라스베이거스 살인사건'을 집어 든 이유는 단 하나, 요즘 부쩍 추리소설에 푹 빠져 지내는 사춘기 딸아이 덕분이다. 세대 차이라는 벽 뒤에 숨어 딸이 좋아하는 세계를 모른 척하기보다는 그 아이가 책을 읽으며 느끼는 흥분과 재미, 몰입의 감정을 나 또한 조금이나마 공유해 보고 싶었다. 그렇게 딸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펼친 이 책은, 생각지도 못했던 신선함과 깊은 사색의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 주었다.

소설의 무대는 이름만 들어도 화려함과 욕망이 요동치는 도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다. 한국에서 경제사범이자 온갖 추문의 중심에 서 있던 신규동이라는 인물이 한국을 떠나 도피처로 삼은 이곳의 하루에 2천달러가 넘는 초호화 호텔 스위트룸에서 생일날 저녁 의문의 살인을 당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건을 맡은 L.V.P.D 한국계 형사 레이몬든가 단 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용의자들을 추적하고 단서를 파헤치는 과정은 그야말로 숨이 막힐 듯 긴박하다. 인물들이 가진 저마다의 알리바이와 그 뒤에 숨겨진 실타래같은 촘촘한 관계들, 그리고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고도의 심리전은 추리소설을 거의 처음 접하는 나조차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드는 강한 흡입력이 있다. 이래서 딸아이가 추리소설을 보고 있으면 밥먹으라는 엄마말에 꿈쩍도 안했구나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이 나에게 단순한 흥미로운 추리극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 것은 이 이야기가 던지는 묵직한 메세지 덕분이었다. 이장우 작가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모든 행복이 범죄수익으로 인한 것이라면 당신은 행복할 것인가?', '당신이 믿고 따르는 사람이 악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자녀를 키우고 사회에서 가정을 책임지며 치열하게 살고 있는 53세 가장인 나의 가슴을 무겁게 찔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흔히 성공과 부, 화려한 겉모습을 쫓곤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함의 이면에 타인의 눈물과 부정한 범죄가 얽혀 있다면 과연 그 끝에 기다리는 삶을 진정한 행복이라 부를 수 있을까. 소설 속 인물들이 품은 끝없는 욕망의 파멸을 보며, 내가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할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다.

책을 덥고 나니, 거실 소파에서 여전히 소설에 코를 박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이 새삼 다르게 보였다. 그동안 아이가 그저 자극적인 살인 사건이나 수수께끼 풀이에만 열광하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딸아이 역시 이 복잡한 사건 속에서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고 얽인 실타래가 풀릴 때의 통괘한 정의를 즐기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나에게 단순한 한 권의 소설을 넘어, 딸아이가 살고 있는 세계로 들어가는 따뜻한 초대장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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