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작가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창경궁 대온실을 수리하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대온실 수리하는 과정 속에서 그 공간에 얽힌 사람들의 상처와 그 시대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인 '영두'는 창경궁 대온실 보수공사의 기록을 담당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두는 과거 고등학생 시절 대온실 근처 원서동 하숙집에서 하숙집 주인인 '문자' 할머니, 할머니의 손녀인 '리사'와 함께 살았던 기억이 있다. 영두에게 원서동은 개인적인 아픔이 있어 피하고 싶던 곳이었지만, 대온실 수리 작업을 맡으며 결국 원서동에서의 과거와 다시 마주하게 된다. 소설은 현재의 온실 공사 과정과 함께 과거 6.25전쟁 당시 문자 할머니가 대온실 지하에서 겪은 비극적인 사건을 교차하며 보여준다. 공사 중 지하에서 옛 흔적이 발견되며 감춰져있던 역사의 아픔과 영두의 개인적인 상처가 서서히 드러나고 이를 회복해 나가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을 읽으며 건축물을 수리하는 과정이 사람의 마음이나 상처받은 역사를 치유하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낡은 유리를 교체하고 녹슨 철골들을 닦아내듯이 외면하고 싶었던 어두운 과거를 똑바로 마주하고 기록하는 것이 진정한 '수리'이자 '회복'이라고 생각했다. 창경궁 대온실이 일제의 잔재라는 시선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위기를 버텨내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역사의 산물인 것처럼, 소설 속의 인물들도 각자의 고통을 묵묵히 이겨내고 각자의 인생을 살아내며 과거의 상처를 이겨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대온실이라는 실제 문화재의 역사와 고증 자료들이 이야기 사이사이 등장하면서 현실과 소설 사이를 오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마치 실존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 처럼 더욱 현실감 있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다. 그동안 창경궁 대온실을 그저 하나의 건축물로만 여겨왔는데, 그 뒤에 많은 사람들의 숨겨진 역사와 인생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도 아픈 역사나 슬픔을 덮어두기만 하기보다도, 이 소설의 인물들처럼 차분히 기록하고 수리해 나가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