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는 알면 알수록 경이로운 구조물이다. 심장이 하루에 10만번 뛰고, 뇌가 초당 수십억 개의 신호를 처리하며, 피부 한조각에 수백만 개의 세포가 살아 숨쉰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부학은 두꺼운 교과서와 낯선 라틴어 용어의 세계로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학문이었다.
압둘라 작가의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바로 이 높은 장벽을 유쾌하게 허물어버리는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위트가 넘친다. 까면서 본다는 표현은 껍질을 벗겨가며 인체의 속을 들여다본다는 의미와 동시에, 딱딱하고 권위적인 지식의 포장을 까발린다는 이중적 뉘앙스를 품고 있다. 실제로 책을 펼치면 그 제목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금방 깨닫게 된다. 피부, 근육, 뼈, 내장, 신경계등 인체의 각 계통을 층층이 벗겨내는 방식으로 구성된 이 책은, 독자가 직접 해부대 앞에 선 것 같은 생생한 학습경험을 선사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복잡한 개볌을 단순하게 풀어내는 작가의 탁월한 능력이다. 예컨대 신경계의 작동방식을 설명할때, 딱딱한 도식 대신 일상적인 비유와 만화 캐릭터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이해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의학 용어는 그 어원과 함께 소개되어 외계어처럼 느껴지던 라틴어들이 금세 친숙하게 다가온다.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 스스로 원리를 파악하게 만드는 구성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만화라는 형식의 선택도 탁월하다. 시각적 이미지는 글보다 훨씬 빠르고 직관적으로 인체 구조를 전달한다.
복잡하게 얽힌 혈관의 경로, 관절이 움직이는 메커니즘, 소화기관의 연결 구조 같은 것들은 글로만 설명할 경우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것은 이 책의 애초 목표가 아니다.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가 겨냥하는 독자는 내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고 싶은 일반인, 의학에 처음 입문하려는 학생, 혹은 딱딱한 참고서에 지쳐 새로운 방식으로 해부학을 복습하고 싶은 사람들이다. 그 목표에 있어서 이 책은 매우 성공적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일상의 풍경이 달라 보였다. 지식이 몸으로 체화되는 느낌이였다. 결국 좋은 책이란 세상을 보는 새로는 눈을 선물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