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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범
5.0
  • 조회 0
  • 작성일 2026-05-22
  • 작성자 박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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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공범』은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유명 정치인 부부의 죽음으로 시작되는 추리소설이다. 처음에는 단순한 방화 사건처럼 보이지만, 부검 결과 두 사람이 이미 교살된 뒤 불이 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자신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하고, 피해자 부부의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거액을 요구하면서 독자는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의심하게 된다.

이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범인을 찾는 과정 자체보다 ‘진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가려지는가’라는 문제의식이었다. 제목처럼 ‘가공범’은 실제 범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 언론의 시선, 사회적 지위 뒤에 숨은 허상을 함께 가리키는 말처럼 느껴졌다. 겉으로는 성공한 정치인과 배우 부부였지만, 수사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삶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이를 통해 사람은 사회적 명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화려한 외면 뒤에는 타인이 쉽게 알 수 없는 어두운 사정이 존재할 수 있음을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고다이 형사가 사소한 의문을 놓치지 않고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은 극적인 반전만이 아니라, 작은 단서들이 차곡차곡 쌓이며 하나의 진실로 연결되는 서사 구성에 있다고 느꼈다. 『가공범』은 범죄의 잔혹함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욕망과 위선, 그리고 진실을 은폐하려는 사회의 모습을 함께 드러낸다. 책을 덮고 나서도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보다 ‘무엇이 한 사람을 범인으로 보이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이 오래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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