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된 뒤로 건강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회식 자리의 삼겹살과 소주, 야근 후 편의점 라면, 점심마다 습관처럼 비우는 흰 쌀밥 한 공기. 피곤하면 달달한 캔커피로 버티고, 주말엔 배달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33살이 되어서야 문득 내 하루가 얼마나 탄수화물과 당분으로 가득 차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건강검진에서 주변 사람들이 특정 값들이 정상 범위 상단에 걸쳐 있다 넘어갔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 책을 손에 들었다.
윤지아 저자는 이 책에서 저탄수 식단을 단순한 체중 감량 도구가 아닌, 혈당과 혈압을 동시에 다스리는 생활 의학으로 제시한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이 어떻게 혈압 상승과 연결되는지를 설명하는 대목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혈당과 혈압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같은 뿌리에서 자라는 문제라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막연히 “탄수화물이 나쁘다”고만 알고 있던 내게, 왜 나쁜지를 생리학적으로 풀어준 첫 번째 책이었다.
이 책이 다른 다이어트 서적과 구별되는 점은 균형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저탄수라고 해서 탄수화물을 무조건 끊으라는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다. 단백질, 건강한 지방,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를 함께 갖추면서 정제 탄수화물과 당류를 줄이는 방식이다. 혈당 스파이크를 낮추는 식사 순서,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식품 조합, 외식 상황에서도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메뉴 선택 기준까지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바쁜 직장인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의 시선이 환자가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 당뇨나 고혈압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충분히 유효하다. 오히려 그 전에 읽어야 할 책이다. 질병이 생긴 뒤에 식단을 고치는 것보다, 몸이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는 지금 이 시점에 식습관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훨씬 현명하다는 사실을 책 한 권이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일깨워주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달라진 것이 하나 있다. 밥을 먹기 전에 잠깐, 내 접시를 한 번 더 바라보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