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한 삶에 신선한 이야기가 필요할 때면 저는 항상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찾게 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이 책을 만날 수 있어 기뻤고, 읽는 내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된 이번 제17회 수상작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길란 작가의 <추도>입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단면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에는 백부와 백모, 그리고 백모의 삶을 카메라에 담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사촌 오빠인 이삭의 불의의 사고를 세상에 알리고자 촬영을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차량 급발진 사고로 아들을 잃었다는 진실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대중은 본질보다 백모의 삶, 즉 부자들의 사생활에 더 열광하는 이상한 현상을 보입니다. 우리 사회 역시 사건의 본질을 직시하기보다 부수적인 흥밋거리에 더 큰 관심을 두곤 합니다. 어쩌면 진지한 가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병폐를 꼬집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타인의 모습 속에서 문득 본질을 외면하고 다른 길로 빠져버리는 제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작품 속 백부는 백모의 촬영을 마뜩잖아합니다. 그는 소수자의 투쟁을 세상 그 누구도 이해해주지 않을 거라는 냉소적인 믿음을 가진 인물입니다. 자신의 회사 노동자들이 착취당하는 것을 방치하듯, 아들의 억울한 죽음에도 세상은 관심 없을 거라 단정 짓습니다. '빨갱이'라는 단어를 서슴없이 쓰며 인권을 경시하는 백부의 모습은 우리 직장 사회에 자리 잡고 있는 기득권층의 민낯을 연상시킵니다.
제3자의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는 주인공 역시 카메라를 든 PD로서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현실은 백모의 자본과 영향력에 휘둘릴 뿐입니다. 이 모습에 깊이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을 하며 우리도 스스로가 삶의 주인공이라 착각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자본을 위해 돌아가는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번 작품집에는 <추도> 외에도 신선한 자극을 주는 훌륭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내년에도 이처럼 참신한 소재의 작품들을 통해 사회와 나 자신을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