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영화로 먼저 접한 적이 있었는데 책으로 다시 읽어 보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사실 객관적으로만 놓고 보면 수명은 정신과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그를 그런 상태가 될 수밖에 없게끔 만든 일련의 상황들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그곳에서 그를 이끌어내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수명은 수리정신병원에 들어가고 나서야 그런 사람을 만난다. 바로 동갑인 승민이다. 두 사람은 수리정신병원 안에서 일어나는 부조리한 일들을 함께 겪고, 정신병원에 들어오기 전 밖에서 가졌던 서로의 상처를 공유하며 친구가 된다. 세상 모두가 둘을 향해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을 하지만 서로는 그저 평범한 감정을 나누는 사이가 되는 것이다. 이 때 수명은 승민에 의해 자신을 가두던 어두운 그림자들에서 점차 벗어나게 된다.
마지막에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서 위원들이 수명에게 승민의 죽음을 인정하느냐고 묻는데, 수명은 겉으론 침묵하면서 속으론 생각한다. 승민은 자신에게 죽음이나 삶만으로 분류되는 존재가 아니라고 말이다. 책에서도 끝내 승민의 사망 여부를 콕 집어 알려주지 않지만, 나는 승민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리고 아마 수명도 그걸 바라고 있지 않을까?
이 세상에는 수많은 수명과 수많은 승민이 있다고 생각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떤 외세의 억압, 내가 나이기를 방해하는 어떤 요인들 때문에 점점 나를 잃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그 요인이라 함은 사회 시스템일 수도 있고 인적 요인일 수도 있고 경제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런 문제점들을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그들과 싸우면서 자기 자신을 지키는 데에는 큰 용기가 필요하다. 비록 한 번 두 번 실패하더라도 승민처럼 포기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하늘을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는 과연 승민이나 수명처럼 그런 용기를 낼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결국 나를 억압하는 것들에 순응하는 사람인가 고민하게 된다. 지금은 후자에 가까울지언정 정말로 나중에 그런 상황이 찾아오게 되는 순간에는 승민과 수명처럼 용기 있는 사람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