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상실과 방황, 서투르게 피어나는 청춘의 사랑을 유려하면서도 서늘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단순히 남녀의 연애담을 넘어, 청춘이라는 터널을 지나며 누구나 마주해야 하는 내면의 성장통을 묵직하게 던져준다. 소설은 주인공 와타나베가 독일 함부르크 공항에서 비틀즈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을 들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기억은 가장 친한 친구였던 기즈키의 자살, 그리고 기즈키의 연인이자 자신 또한 깊이 사랑하게 된 나오코와의 기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즈키의 죽음은 와타나베와 나오코의 삶에 거대한 불연속선을 그어버린다. “죽음은 삶의 반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이다”라는 와타나베의 독백처럼, 그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삶의 가장 어두운 단면을 목격하고 만다. 나오코가 정신적인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요양원에 들어간 사이, 와타나베의 삶에는 미도리라는 전혀 다른 색채의 인물이 등장한다. 나오코가 과거의 상처에 갇혀 서서히 시들어가는 밤의 이미지라면, 미도리는 비록 똑같이 상처를 입었을지언정 현재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동감 넘치는 낮의 이미지다. 와타나베는 죽음과 과거의 짙은 그늘을 품은 나오코를 향한 책임감 섞인 사랑과, 살아있음의 활력을 뿜어내는 미도리를 향한 이끌림 사이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는다. 와타나베는 두 여자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고, 나오코는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미도리 역시 완벽한 구원자가 되지는 못한다. 작가는 청춘을 찬란하고 아름다운 시절로만 포장하는 대신,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그 상실감을 견뎌내야 하는 혹독한 계절로 묘사한다. 결국 나오코의 죽음 이후, 와타나베는 미도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아득한 고독을 느낀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상처까지 짊어지는 일이지만, 동시에 나 자신의 삶을 지켜내야 하는 책임감도 동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을 읽고상실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품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마음속에 깊고 어두운 숲을 하나씩 품고 살아간다. 그 안에서 길을 잃고 헤매일지라도, 결국 삶은 계속된다는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위로를 건네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