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인류의 역사에 대한 책이라고 해서 어렵고 지루할 것 같았지만, 읽다 보니 단순한 역사책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인간이 지금처럼 지구의 지배적인 존재가 된 이유를 단순히 힘이나 지능 때문이 아니라 ‘상상력’과 ‘공동의 믿음’ 때문이라고 설명한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돈, 국가, 종교 같은 것들이 실제로 눈에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함께 믿기 때문에 사회가 유지된다는 설명이 새롭게 다가왔다. 이러한 관점은 일상 속에서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생각이었기에, 스스로 해오던 통찰을 타인(저자)의 표현을 통해 엿보는 기회가 되었다.
또 인간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더 행복해졌는가에 대한 질문도 기억에 남았다. 농업혁명이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많은 노동과 불평등을 만들었다는 내용은 기존 생각과 달라 흥미로웠다. 평소에는 발전과 기술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발전이 반드시 행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은, 발전이 더욱 가속화된 현대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가계-기업-국가 모두 발전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어야하는 한편, 고속화된 발전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를 해소할 시간은 많지 않음을 느꼈다.
책을 읽으며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역시 수많은 ‘공동의 믿음’ 위에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법, 화폐 같은 것들도 모두 사람들이 신뢰하기 때문에 유지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법 규정들이 신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며,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조항들로 구성되어 있다. 앞으로 사회를 바라볼 때도 단순히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왜 그런 체계가 만들어졌는지 생각해보는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사피엔스는 인간의 역사와 문명을 색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게 해준 책이었다. 읽고 나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조금 넓어진 느낌이 들었고, 인간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