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소설들이 늘 그렇듯, 초반부터 등장인물이 쏟아져 나옵니다. 평소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은 꽤 잘 기억하는 편인데도, 이 책은 초반에 인물 관계가 살짝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요 용의자가 무려 3명이나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는 이 세 명의 행적을 번갈아 파헤치며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그런데 <리버>는 용의자들의 기발한 트릭을 간파하고 범인을 좁혀나가는 식의 전개를 따르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장감 넘치는 '범죄 수사극'에 가깝습니다.
현직 형사, 전직 형사, 피해자의 아버지, 그리고 기자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이 사건의 진상을 쫓기 위해 숨 가쁘게 달리는 모습을 지켜보게 만듭니다. 그 촘촘한 이야기 속에서 얽히고설킨 이해관계와 하나의 '사건'을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선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인 저 자신도 사건 주변을 서성이는 하나의 주변 인물이 되어가는 듯한 강렬한 몰입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결말에 대해 짧게 이야기하자면,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면서 내심 '이렇게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던 결말에 가까워져서 개인적으로는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추리 문제를 멋지게 맞혔다는 쾌감보다는, '그래, 왠지 이렇게 흘러가야만 할 것 같았어'라는 인과율에 대한 묘한 안도감이랄까요.
다만, 한 편으로는 칼로 무를 자르듯 아주 확실한 끝맺음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화자가 의외의 인물이라는 점에서는 살짝 아쉬운 마음도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가진 속도감과 입체적인 캐릭터들은 영상화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나 시리즈물로 제작되어도 아주 훌륭한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소설을 조금 더 많이, 깊이 있게 읽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리버>를 통해 오쿠다 히데오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으니, 다음 책으로는 미뤄두었던 닥터 이라부 시리즈의 최신작 <라디오 체조>를 펼쳐볼 생각입니다.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유쾌한 세상과 다시 한번 마주할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