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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의 나라 1
5.0
  • 조회 1
  • 작성일 2026-05-28
  • 작성자 김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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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은 글자가 아니라 조선의 운명이었다“
나는 김진명 작가의 작품을 좋아한다. 이전의 작품에서도 그렇듯이 역사를 설명으로 풀어내지 않고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인물들의 감정으로 풀어낸다. 순식간에 내용의 전개에 사로잡히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역사에 실제 존재했던 소재에 픽션을 가미해 마치 모든 것이 논픽션이라는 몰입감과 긴장감을 주고 실제로 역사가 이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정도로 통쾌하다. 훈민정음의 탄생 비화를 담은 「세종의 나라」는 또 어떻게 풀어낼까 하는 궁금증으로 책을 들었다. 사대주의 사상으로 뭉쳐있던 양반 관료들의 반대하는 상황 속에서도 세종이 어떠한 결단으로 훈민정음을 창제했는지 뒷얘기가 사실과 허구를 적절히 섞어 몰입도를 높여준다. 세종의 시대에는 거의 대부분이 글을 모르는 문맹이었다. 문자를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으며, 그것도 양반 사대부에 한정되었다. 나머지 백성들은 글과는 동떨어진 세상에 살아야 했다. 억울한 일이 있어도 이를 표현할 방법이 없어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세종의 나라는 사대만이 살 길이라는 사대부들과 명나라의 문명 아래에서 살아야 하는 조선의 처지, 외교와 정치의 긴장 속에서도 조선의 자존을 지키고자 하는 세종의 고민, 그리고 그 틈에서 견뎌내며 살아야 하는 백성들의 이야기가 속도감 있는 서사와 치밀한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한글 창제라는 역사적 사건이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로 되살아난다. 또한 작품 속에서는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세종의 밀명을 받아 활약하는 금부도사 한석리와 권숙현을 등장시켜 흥미를 더하고, 당시 한글 창제에 반대하던 내외부 세력들 속에서 백성들을 위한 소리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처절함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세종은 어느 날 갑자기 한글을 만들고자 한 것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의 고민과 연구하며 길을 찾는다. 명나라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도 백성을 향한 마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글을 통해 생각하고 전달할 수 있는 나라, 스스로 말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의지가 한글 탄생으로 이어진다. 훈민정음 창제 과정에서 수많은 반대를 세종은 뜻을 굽히지 않고 돌파해 나간다.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로 명나라의 문화적 종속에서 벗어나 조선만의 정체성을 세우려 하였으며, 한자를 아는 사대부만이 권력을 누리던 시대에 백성들에게 글을 주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주려 했다. 세종이 바라본 나라는 권력의 체계가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었다. 이 작품은 훈민정음 창제 과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김진명 작가다운 전개로 잘 그려낸 역시 김진명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역작이다.

“백성이 글을 얻어야 웃음을 얻고 나라도 산다”
“백성이 억울한 일을 당해 살점이 뜯겨 나가도, 관아에 소장 하나 쓰지 못해 벙어리 냉가슴만 앓다 죽어가는 것이 이 나라의 현실이다. ‘살려주시오.’ 이 한마디! 고작 이 한마디를 적지 못해 죽어가는 백성을 보고만 있을 것이냐! 그대들이 읽는 성현의 도리가 고작 백성을 벙어리로 만드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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