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읽고
유시민은 과거 젊은 시절 국회 백바지 등원이나 최근 ABC이론까지 이슈의 중심에 있었고, 현재는 공식적인 정계복귀 없이 유튜브방송, 미디어평론과 작가로서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빅마우스 역할을 하고있는 지식 소비자이자 전달자다.
이런 그도 한때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춘이 있었으며, '80년대 군부독재의 서슬퍼런 칼날 아래에서 사회적 모순에 갈등하며 그 불안하고 위태로운 시기에 세상이 정해놓은 정답과 내면에서 솟구치는 의문 사이 방황의 해소를 위해 책으로 위로를 받았다 한다.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 청춘 시절 방황을 잡아주고 삶의 이정표가 되어 주었던 14권의 고전을 현재 노년에 접어든 나이에 재해석하며 쓴 에세이이다.
처음 책을 선택하며 내심 기대하였던 바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 등 옛 고전에 대한 간단한 줄거리 정리와 나름대로 작가가 느끼는 책에 대한 관점을 엿보고자 하는 호기심에 선택을 하였으나, 책장을 넘길수록 이것이 단순한 책 소개를 넘어 한 인간이 시대에 반항하며 겪었던 고뇌의 기록이자, 오늘날을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같은 평범한 일상인들에게 들려주는 따뜻하지만 날카로운 조언이라 생각하였다.
책의 내용 중 주요 이야기 몇 가지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이렇다
작가는 도스토옙스키의 죄와벌에서부터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 사마천의 사기에 이르기까지 문학, 역사, 철학, 경제를 넘나드는 방대한 고전을 소개하며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한껏 뽐내는 한편, 지식의 자랑에서 머물지 않고 그 책 속에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정의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먼저, ‘죄와 벌’을 통해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선택된 초인론에 빠져 범죄를 저지르며 이러한 행위를 통하여 과거 우리 사회를 지배했던, 혹은 지금도 은연중에 작동하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논리를 끄집어낸다. 또한, 과거 개인의 희생을 당연히 여겼던 사회적 분위기에 본인도 일조했음을 고백하며, 현재 우리가 믿는 정의가 혹시 타인에게 폭력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내 안의 오만함을 돌아보게 된다는 취지를 밝힌다.
둘째 다윈의 ‘종의 기원’과 맬서스의 ‘인구론’을 대비하며 사회적 연대의 필요성을 주장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인구론’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도태를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인 냉혹한 논리가 있다면, 다윈의 ‘진화론’은 흔히 적자생존으로 오해받지만 사실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생명체들의 치열한 상호작용이라 말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맹목적인 경쟁과 승자독식을 정당화 하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경종을 울리며, 인간은 이기적 본성을 지녔지만, 동시에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이타성 또한 진화의 과정에서 획득하게 되었다는 점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적’에서는 말하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을 이야기한것이 생각나게 한다. 20년의 수감생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잃지 않았던 신영복 선생을 통해 작가는 지식인이란 무엇인가를 자문하며 머리로만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타인의 슬픔을 느끼고 발로 삶의 현장을 디뎌야 진정한 지식인이라 말한다.
옛 고전은 경쟁이 미덕이 된 현 세상에서, 우리 주변을 한번 쯤 돌아보게 하는 따뜻함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또한, 단순히 좋은 스펙을 쌓아 성공하려는 현대의 청춘들에게 어떤 어른이 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해서 갓 성인이 된 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세상에 공감하는 지성을 갖춘다면, 지식은 타인을 지배하거나 나를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부조리에 맞서기 위한 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통하여 힘들어하는 사람의 곁에 서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는 부드러운 마음과, 불의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조금 이나마 갖게 된다면 혼란한 현대사회에 충분히 혼자서도 헤쳐나갈 수 있는 나침반이 될수 있을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