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가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던가.
솔직히 처음엔 반신반의 할수 밖에 없었다. 제목이란게 그렇지 않은가. 그런데 정말 읽기 시작해보니 멈추기가 어려웠다. 과장된 제목이 아니었을 줄이야.
이 책은 문명의 탄생부터 오늘날 국제 정세 까지를 한 호흡으로 꿰어내고 있다. 교과서식 나열이 아니라, 사건과 사건 사이의 인과관계를 흥미롭게 연결하는 방식이었기에 읽는 내내 "아, 그래서 그게 그렇게 됐었던 거구나"라는 감각이 계속 이어진다. 역사를 단순히 외워야 할 연표로 배웠던 우리 세대에게는 꽤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업무특성이나 요즘 화두인 재테크(특히, 국내외 주식시장) 때문에라도 국제금융 동향이나 글로벌 거시환경을 자주 들여다 볼 수 밖에 없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 배경이 되는 지정학적 맥락이 좀 더 선명하게 보이는 느낌이었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의 경제구조나 외교적 행보가 단순히 현재의 선택이 아니라, 수백 수천 년의 역사적 경로 위에 놓여 있었던 것임을 새삼 실감했다고나 할까. 자산관리나 투자와 관련된 보고서나 책을 읽을 때도 이런 역사적 배경지식이 있고 없고는 분석의 깊이 자체가 달라진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근현대 패권 경쟁을 다룬 대목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유럽의 분열과 통합, 중동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단순히 지금의 문제가 아니라 오래된 역사적 구조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는 시각은, 최근 복잡 다단해진 뉴스를 볼 때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단편적인 사건 하나를 보더라도 그 뒤에 쌓인 맥락을 떠올리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고나 할까.이런 긴 호흡의 시각은 분명히 일을 할 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다만 두껍지 않은 분량에 워낙에 넓은 범위를 담다 보니, 각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기엔 한계가 있었다. 어느 부분은 흥미가 막 올라올 때 즈음 다음 주제로 넘어가 버리는 바람에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세계사 전반의 흐름을 조망하는 '지도'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한다고 본다.
직장에서의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실무 지식만큼이나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 책은 그 시야를 넓히는 데 꽤 효과적인 출발점이 되어주는 것이 분명하다. 두꺼운 역사서를 펼칠 엄두가 나지 않는 바쁜 현대 직장인이라면, 이 책 한 권으로 먼저 감을 잡고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사무실의 동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