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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유전자(40주년기념판)
5.0
  • 조회 189
  • 작성일 2025-08-31
  • 작성자 이용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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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진화론의 패러다임을 바꾼 저작이라고 한다. 이 책은 다윈의 진화론을 유전자 중심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생명 현상의 본질과 인간 행동의 근원을 파헤친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어감에 인간 본성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책이 아닐까 하는 선입견을 가졌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그 '이기적'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적확하고 냉철한 과학적 비유인지 깨닫게 되면서 지적 충격과 함께 인간과 생명 전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도킨스의 핵심 주장은 진화의 주체가 개체가 아닌 유전자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생존 경쟁의 주체를 사자, 가젤과 같은 개체라고 생각하지만, 도킨스는 개체란 유전자가 자신을 보존하고 더 널리 퍼뜨리기 위해 잠시 이용하는 '생존 기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부모가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일벌이 여왕벌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이타적인 행동조차도 결국은 자신의 유전자 사본을 더 많이 남기기 위한 유전자의 '이기적인' 전략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새끼를 향한 어미 새의 맹목적인 사랑은 어미 새 유전자의 절반을 공유하는 새끼를 성공적으로 키워냄으로써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할 확률을 높이는 행동으로 설명된다. 이러한 관점은 우리가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여겼던 모성애와 같은 감정의 본질을 다른 각도에서 보게 만든다. 이는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냉혹한 유전자의 계산으로 환원시키는 것처럼 보여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도킨스는 이것이 도덕적인 가치 판단이 아닌, 생명 현상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메커니즘에 대한 과학적 설명임을 분명히 한다.

"이기적 유전자"에서 가장 흥미로운 개념 중 하나는 바로 '밈(Meme)'이다. 밈은 유전자가 유성생식을 통해 전달되듯,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되는 문화적 유전자를 의미한다. 사상, 종교, 패션, 음악 등 모든 문화적 요소가 밈에 해당한다. 유전자가 자기 복제를 통해 진화하듯, 밈 역시 더 많은 사람의 뇌에 복제되고 퍼져나가기 위해 서로 경쟁하며 진화한다.
밈이라는 개념은 인간이 다른 생물과 구별되는 독특한 존재임을 시사한다. 인간은 유전자의 명령에만 따르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문화를 창조하고 전파함으로써 유전자의 폭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가 교육을 통해 이타심을 배우고,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이기적인 유전자의 본성을 거스를 수 있는 밈의 힘을 보여주는 예시다. 도킨스는 인간이 유일하게 유전자의 이기성에 반항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의식과 이성을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 과학 서적을 넘어 인간 존재의 의미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의 삶은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기 위한 과정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유전자의 꼭두각시가 아니다. 우리는 사랑하고, 슬퍼하고, 예술을 창조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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