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만약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면"은 그 자체가 한 편의 시처럼 다가왔다. 위스키를 매개로 한 댜앙한 울림이 있었다. 또한 따뜻한 온기를 담아내는 그의 문장은 마치 잔잔한 재즈 음악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단순히 ‘위스키’라는 술의 향과 맛을 넘어서, 그것을 매개로 사람과 세계가 연결되는 방식에 대해 곱씹게 되었다. 하루키가 묘사하는 위스키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언어이고, 이야기이며, 삶 전체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잔에 담긴 위스키의 빛깔을 설명하면서도 결국은 인간의 감정을 담았다. 인상 깊었던 점은, 위스키 한 모금 속에 담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온기를 글로 번역해내는 그의 솜씨였다. 언어가 곧 위스키라면, 글을 읽는 나는 곧 마시는 자였다. 책장을 넘길수록 입 안 가득 은근한 향이 번지고, 목을 타고 내려가는 따뜻한 감각이 스며드는 듯했다. 여러 위스키의 맛과 성격이 마치 삶과 같은 맥락을 하고 있다. 왜 우리가 언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지, 왜 술자리에서 진심이 터져 나오곤 하는지 떠올렸다. 언어는 날카롭고 무겁지만, 동시에 위스키처럼 부드럽고 은은한 향기를 갖고 있다. 제대로 증류되고 숙성되었을 때, 누군가의 마음에 잔잔히 스며들 수 있다. 하루키의 글은 마치 오래 묵힌 싱글 몰트 위스키 같았다. 화려한 폭발보다는 은근한 여운, 천천히 퍼지는 깊이. 나는 그 느린 울림에 취해 있었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의 풍경, 그곳의 위스키 증류소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여행하는 듯한 설렘이 일었다. 단순히 관광 정보가 아니라, 그 공간에 스며든 역사와 사람들의 숨결을 언어로 옮겨 놓았기에 더 특별했다. 나는 직접 가지 않아도 마치 그 자리에 함께 앉아 위스키를 음미하는 듯한 체험을 했다. 이 책은 결국 위스키를 이야기하면서, 인생을 말하고, 고독을 말하며, 또 소통의 가능성을 말한다.
하루키는 ‘언어’와 ‘위스키’라는 두 세계를 절묘하게 겹쳐놓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글과 삶을 동시에 음미하게 했다. 이 책을 덮으며 나는 내 삶의 언어가 어떤 맛과 향을 내고 있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혹은 나는 지금 누군가의 언어를 제대로 마시고 있는지, 아니면 얕게만 흘려보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의 감각을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