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 산사 순례』에서는 산사의 역사뿐 아니라 각 산사의 가람배치, 그리고 산을 끼고 들어앉은 산사의 자리앉음새, 산사와 자연의 조화가 만들어낸 ‘산사의 미학’을 전국의 대표적인 산사들을 들어 예찬하고 있다. 소백산맥의 능선과 조화를 이룬 영주 부석사는 비탈진 진입로와 사과밭부터 산사의 그윽함을 더하며 무량수전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그 자체로 한 폭의 풍경화이다. 양반 고을 안동의 봉정사는 본 절의 정연한 가람배치도 일품이지만 한옥과 마당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영산암까지 꼭 들러야 하는 절이다. 순천 선암사는 진입로부터 산사의 디테일이 빠짐없이 살아 있는 태고종의 대표적인 사찰이며, 땅끝마을 해남의 대흥사는 추사 김정희와 초의선사가 쓴 명품 현판들이 즐비하여 그것만으로도 즐길 만한 절집이다. 세계유산에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답사기: 산사 순례』에는 누구나 한 번은 들어보고, 가보았을 전국 각지의 명찰들이 소개되어 있다. 전라도를 대표하는 고창 선운사와 부안 내소사는 서해의 낙조와 함께 즐길 만한 절이며, 예산 수덕사와 부여 무량사는 하루 답사 코스로도 가능한 거리에 위치하고 있으며 저마다의 사연과 역사가 깊은 절이다. 문경의 봉암사는 일반의 출입이 통제된 청정도량으로 그 풍경을 담은 글조차 많지 않으니 『답사기: 산사 순례』에 실린 내력과 그 안의 문화유산에 대한 소개는 귀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절집의 풍경 못지않게 은은한 새벽 예불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비구니 도량 청도 운문사, 비화가야의 유물과 억새밭으로 유명한 화왕산에 자리잡은 창녕 관룡사, 멀리서도 눈에 띄는 수마노탑으로 유명한 정선 정암사 등은 자연과 하나 되고, 산 중의 그윽함을 풍기는 빼어난 산사들이다. 여기에 『답사기: 산사 순례』는 북한의 사찰 2곳을 함께 소개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북한편’에 수록된 묘향산의 보현사와 금강산의 표훈사이다. 남한과는 다른 불교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북한이기에 산사의 풍경도 남한과는 다소 다르지만,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 있는 절집으로 뽑아서 함께 실었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당장 금강산 관광이 재개된다면 머지않아 답사처로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우리만의 전통, 산사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중국의 절들은 대개 석굴사원이며, 일본의 교토는 정원이 아름다운 14개의 절이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어딜 가나 산과 계곡이 있는 그 독특한 자연환경 덕에 ‘산사’라는 유산을 낳을 수 있었다. 같은 불교 전통 아래의 사찰들이지만 나라마다 다른 모양새인 셈이다. 그 독특함을 바탕으로 내력, 구조, 가치를 모아서 풀어놓은 『답사기: 산사 순례』는 일찍이 우리 산사에 주목하고 그를 예찬하고 알리는 데에 앞장선 저자 유홍준의 산사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책이다. 어쩌면 ‘답사기’의 가장 절정인 대목들이라 할 수 있다.
종교가 무엇이든, 종교가 있든 없든, 그저 그 산사의 아름다움을 오롯하게 느낄 수 있는 가을의 답삿길에 충실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