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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만나요
5.0
  • 조회 204
  • 작성일 2025-08-01
  • 작성자 김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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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유작 『8월에 만나요』는 한 편의 짧은 이야기이지만, 그의 문학이 지닌 마법 같은 감수성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야기는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여주인공 아나 마그달레나가 매년 8월 어머니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섬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정숙하고 단정했던 그녀는 낯선 공간에서 문득 자신 안에 잠들어 있던 욕망과 자유를 자각한다. 그 흐름이 매우 조용하고도 관능적으로, 낯설지만 설레는 분위기로 펼쳐진다.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그녀가 호텔방 창가에 앉아 바닷가를 바라보며 자신에게 처음으로 ‘지금까지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을 살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 그 순간 그녀는 과거의 선택들—결혼, 자식, 책임—모든 것들이 ‘옳았던가’ 스스로 되묻는다. 그 장면을 읽고 한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했다. 나 역시 때때로 익숙한 역할 속에 갇혀 내가 누구인지, 진짜로 무엇을 원하는지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선택을 해왔고,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낯설면서도 절실하게 다가왔다.

이야기 속에서 아나는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속 문 하나를 연다. 그것은 단순한 연애나 유혹의 서사가 아니라, 생의 끝자락에 다다르기 전에 한번쯤 스스로의 욕망과 가능성에 솔직해질 용기를 품는 과정이다. 그 남자는 어떤 구체적인 정체성을 갖기보다는, 그녀가 일상에서 벗어나 진짜 자아를 마주하도록 돕는 ‘거울’ 같은 존재로 느껴진다. 이 에피소드는 누군가의 등장보다도, 그 등장으로 인해 자신이 변화하고 깨어나는 과정을 그린 점에서 묘하게 감동적이다.

『8월에 만나요』는 ‘삶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아주 조용한 언어로 전달한다. 사람들은 중년 이후의 삶을 안정이나 체념의 시기로 받아들이지만, 마르케스는 오히려 그 시기가 진짜 자아를 만나는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고 말한다. 죽은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 사실은 자신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는 점에서, 제목조차 이중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읽는 내내 나도 내가 놓치고 있던 감정들, 억눌러왔던 선택의 갈림길을 떠올렸다. 특히 여성으로서, 사회가 부여한 역할과 기대 속에서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 과제인지 새삼 느껴졌다. 마르케스는 이 짧은 이야기로 여성의 욕망, 나이듦, 자유, 그리고 존재의 고독함을 동시에 풀어낸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단숨에 읽히지만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8월에 만나요』는 단순한 단편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어느 한 순간, 문득 우리도 다른 가능성을 꿈꿨던 바로 그 찰나의 기억을 불러오는 거울 같은 이야기다. 모든 삶이 반복되는 일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단 한 번의 불꽃 같은 일탈이 인생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조용히 말해준다. 이 작품은 우리가 어떤 나이든, 어떤 상황이든, 여전히 변할 수 있다는 작고 단단한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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