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주장하는 이야기와 근거들이 정말 신선하고 또 생각보다 논리적인데다가, 정말 방대한 분야에서 통찰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에 감탄에 감탄을 보며 읽었다. 사실 인덱스 스티커 열심히 붙여서 기억하려고 했는데 책의 50%는 종이책으로, 나머지 50%는 출퇴근, 설거지 등 하면서 오디오북으로 듣다보니 그때그때 표기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몇 년뒤에 변화될 일상을 보며 되짚어보고 싶은 책이다. 몇가지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남겨두었다가 나중에 왜 이 부분이 그때 내 머리와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기억하려고 한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니깐!
이 글은 서문인데 유발 하라리 저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라고 처음 생각했다. 물론 맞긴 하지만 실제 이 서문은 인공지능이 쓴 글이라는 다음 페이지의 글을 보면서 처음부터 섬뜩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면서 관심이 확 올라왔다. 지금 당장 국민국가나 자본주의 시장에 기초하지 않는 전 세계적인 규모의 새로운 상상 속의 질서가 만들어진다면 이걸 일반인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인터넷이 처음 만들어져서 확대되었을 때 그걸 상상했던 일반인이 얼마나 되었을까?
인지혁명, 농업혁명, 과학혁명 3가지로 분류된 이 책에서 첫 단계인 인지혁명이 어떻게 사피엔스 즉, 인간에게 새로운 능력을 가져다 주었으며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설명하는 표이다. 사람이 최대 150명 이상이 넘어서면 이름을 다 기억하기 어렵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것도 본 적이 있는데 이러한 소규모 집단에서 대규모 집단의 협력을 이끌어 낸 것이 가장 큰 혁명이었다.
100여 페이지 넘게 인지혁명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 위 한 문장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이야기를 지어내 말할 줄 아는 사피엔스가 대규모 집단을 협력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현재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미난 이야기를 지어내는 것 뿐만 아니라 종교, 화폐, 제국 등 다양한 형태의 상상 속에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고, 또 그것을 믿고 신뢰하는 사피엔스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농업혁명은 덫이었다"
이 문장이 농업혁명 파트의 핵심이다. 농업혁명으로 여분의 식량이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 시간을 의미하지 않고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지만 더 열악한 식사(쌀밥, 채소 등에 국한되었으나, 수렵채집인은 육류, 과일 등 다양하게 오히려 잘 먹었다!)를 했다는 것이다.
어느 종이 성공했냐는 굶주림이나 고통이 아닌 생물학적으로 DNA 이중나선 복사본의 갯수로 결정된다. DNA 이중나선 복사본이 없다면 멸종인 것이므로... 하지만 아무도 개인적으로 DNA 이중나선 수를 생각하고 살지 않는다. 더 가난하게 살면서 전 지구적으로 DNA 이중나선 수를 늘린 것. 그것이 바로 농업혁명의 덫이었다는 주장이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지식인이 얼마나 멋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예전에 고.이어령 선생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책 보며서 정말 왜 일본이 축소할 때 성공하는지(워크맨 등)에 대한 주장과 근거를 보고 무릎을 탁 쳤던 것과 비견될 정도로 감탄을 했다.
최근에 "님" 호칭을 쓰는 수평적(?) 회사에서 대리, 과장, 차장 등 직급 체계가 있는 회사로 옮기면서 위계질서가 다시 한번 왜 필요한 것인지 고민하고 있던 찰나에 유발 하라리는 또 나에게 답을 주었다. 위계질서는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끼리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도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었다. 1년이 멀다하고 수만명이 조직 변경이 일어나는 대기업에서는 위계질서가 왜 필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역사 시간에 배운 중국의 갑골문의 내용이 점 치는데 쓰였다는 것은 학교에서 배웠던 사실이지만 실제 그 내용이 뭔지는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정확히 알려주었다. 바로 남자와 여자. 성별에 의한 위계질서 이야기다. 그래서 교과서에는 담지 못하는 내용이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아무리 남자와 여자 평등하다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남자와 여자 라는 성별이 위계질서의 정말 최상단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거의 전세계적으로 이런 위계질서가 생겼는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