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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개정판)
5.0
  • 조회 252
  • 작성일 2025-05-27
  • 작성자 송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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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는 인간 존재의 경계와 폭력, 그리고 자유에 대한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 영혜가 "나는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단순한 선언을 통해 자신을 둘러싼 일상, 사회적 관계, 나아가 인간성과 문명의 질서를 거부하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나 그 선언이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억압된 욕망과 내면의 해방,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저항임이 밝혀지면서 독자는 점차 혼란과 충격 속으로 끌려들게 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작가가 '고기를 먹지 않는 행위'를 통해 폭력과 권력, 성과 육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날카롭게 드러낸 방식이다. 영혜는 어릴 적 겪은 가정폭력의 트라우마 속에서 육식을 거부함으로써 인간 세계와의 단절을 시도하고, 나무가 되기를 원하며 점점 더 비인간적인 존재로 변해간다. 이는 육체의 거부이자 정체성의 해체이기도 하다.

또한, 소설의 서술 방식 역시 흥미롭다. 영혜의 남편, 형부, 언니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전개되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영혜의 행동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시선도 영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의 침묵과 거부 속에서 각자의 욕망과 허위를 비춰보게 된다.

'채식주의자'는 결코 쉽거나 편안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불편하고 낯설며 때로는 괴기스럽다. 그러나 이 불편함이야말로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인간 내면의 어두움과 사회의 폭력을 마주하게 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영혜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은 강력한 질문으로 다가온다.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존재인가? 우리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무감각한가?"

이 책은 단순한 서사 이상의 힘을 지닌다. 문학의 언어로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곳을 파고들고, 우리가 외면해온 진실들을 들추어낸다. '채식주의자'는 그런 의미에서 문학이 인간에게 어떤 방식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독후감을 마무리하며, 나는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진정한 자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나 자신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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