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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5.0
  • 조회 205
  • 작성일 2025-08-22
  • 작성자 정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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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독후감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극도로 절제된 언어로 그려낸 작품이다. 제목 그대로 “태어남의 순간”과 “죽음의 순간”을 양 끝에 두고, 그 사이의 생애를 마치 파도처럼 흘려보낸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노르웨이의 한 어부 요한이다. 그는 작품의 첫머리에서 세상에 태어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죽음을 맞이한다. 소설은 이 두 순간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탐구한다.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는 방식’이다. 요한의 인생 전체는 길고 복잡한 사건이 아니라, 태어남과 죽음이라는 두 장면으로 요약된다. 마치 삶이란 거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시작과 끝이라는 두 문장으로 이루어진 단편 같은 것임을 암시한다. 독자는 그의 삶의 세세한 행적을 따라가는 대신, 죽음을 앞둔 요한이 떠올리는 단편적 기억들을 통해 인간의 삶이 어떤 빛과 그림자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죽음을 맞이하는 요한의 시선은 의외로 고요하다. 그는 혼란이나 공포보다, 오히려 평화에 가까운 감정을 느낀다. 작가는 이 과정을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그려낸다. 마치 바다의 파도처럼 반복되는 문장과 느릿한 호흡은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귀결임을 암시한다. 그 고요한 죽음의 순간을 통해 독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요한이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는 과정이다. 그는 여전히 걸어 다니고, 사람들을 보고, 바람을 느끼지만, 점점 자신이 이미 세상을 떠났음을 알게 된다. 이 장면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순간을 보여주며, 죽음 이후의 세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독자는 이를 통해 우리가 ‘죽음’이라는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

작품은 또한 삶의 의미를 묻는다. 요한의 인생은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다. 그저 매일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는 평범한 어부의 삶이었다. 그러나 포세는 그 평범함 속에서도 숭고함을 발견한다. 이는 우리에게 삶의 가치는 특별한 업적이나 사건이 아니라, 매일의 반복 속에서도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결국 삶과 죽음 모두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나의 흐름인 셈이다.

읽는 내내 느껴지는 문체의 ‘느림’은 작품의 핵심적 미학이라 할 수 있다. 짧은 문장, 반복되는 표현, 의도적인 여백은 독자로 하여금 텍스트를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삶과 죽음에 대해 천천히 성찰하도록 만든다. 이는 마치 독자가 요한과 함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듯한 체험을 하게 한다.

『아침 그리고 저녁』은 독자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선물한다. 요한이 마지막 순간까지 고요히 세계를 바라보는 태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또한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이 작품은 인간 존재가 유한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 한계를 두려워하기보다 받아들이는 지혜를 보여준다.

책을 덮으며 나는 ‘나의 아침과 저녁은 어떠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언젠가 맞이할 저녁, 즉 죽음의 순간을 두려움 없이 마주하기 위해서는 매일의 아침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가 중요하다. 포세는 죽음을 이야기했지만, 사실상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묻고 있었던 것이다. 평범한 어부 요한의 인생은 우리 모두의 인생과 다르지 않다. 소설은 특별한 삶이 아니라 평범한 삶 속에서도 충분한 의미와 아름다움이 있음을 잔잔히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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