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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5.0
  • 조회 195
  • 작성일 2025-08-28
  • 작성자 조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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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미키는 ‘소모품(Expendable)’이라는 이름 그대로 소모되기 위해 존재하는 인간이다. 위험한 임무를 맡아 죽으면, 곧 새로운 육체로 복제되어 다시 투입된다. 그 자체가 시스템의 일부분이자 식민 개척 과정의 효율성을 위한 장치다. 하지만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미키가 단순히 ‘기록이 전송된 존재’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쌓은 기억과 경험을 그대로 이어받는다는 점이다. 즉, 그는 단순한 클론이 아니라 진짜 ‘자신의 연속체’라고 믿을 수밖에 없다.

소설의 주요 긴장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연한 사고로 ‘미키7’이 죽지 않고 살아남으면서 동시에 ‘미키8’이 탄생한다. 즉, 동일한 기억과 정체성을 가진 두 명의 미키가 공존하게 된다. 여기서 독자는 단순한 SF적 상상력을 넘어, “나라는 존재는 무엇으로 규정되는가?”라는 철학적 질문과 마주한다. 몸이 중요한가, 기억이 중요한가, 아니면 사회가 나를 정의하는 방식이 중요한가?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미키의 시선이 유머러스하고 자조적이라는 점이다. 그는 매번 죽음을 앞두고 공포를 느끼지만, 동시에 죽음이 반복되다 보니 체념에 가까운 태도를 취한다. 죽음을 웃어넘기는 듯한 그의 태도 속에는 사실 깊은 외로움과 존재적 허무가 배어 있다. 독자는 그의 농담을 웃다가도, 문득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한 미키와 동료들의 관계도 인상적이다. 그를 진짜 인간으로 대하지 않고 ‘소모품’ 취급하는 시선은 차갑지만, 동시에 인간 사회의 이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필요할 땐 이용하고, 불필요하면 버리는 태도는 현대 사회의 노동자, 혹은 주변부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은근히 날카로운 사회 비판을 던진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두 명의 미키가 서로를 마주하는 순간이다. 둘 다 자신이 ‘진짜’라고 믿는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둘 다 진짜고, 동시에 가짜일 수도 있다. 이 모순은 인간이 정체성을 정의하는 데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 보여준다. 나는 그 장면을 읽으며 ‘나 자신을 규정하는 건 결국 나의 선택과 경험일 뿐, 고정된 본질은 없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의 배경인 혹독한 외계 행성 탐사는 서브플롯처럼 보이지만, 실은 인간의 연약함을 극대화하는 장치다. 혹한, 부족한 자원, 불가능에 가까운 생존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더 잔인해지고, 체계는 더 비인간적으로 변한다. 미키의 존재는 그 잔혹한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윤활유에 불과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신의 생존과 존재 이유를 치열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미키7』은 거대한 우주 전쟁을 다루는 대신, 한 인간의 죽음과 삶의 무게를 집중해서 그려낸 소설이다. 그래서 읽고 나면 단순한 오락적 즐거움보다 훨씬 큰 울림을 준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소모품처럼 취급받는 존재들, 혹은 시스템의 부품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은근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대체 누구이며, 네 존재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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