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돈’이 인간관계와 개인의 정체성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지를 날카롭게 파헤친 에세이다. 저자는 학창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가 실은 ‘돈 많은 집안의 자식’이었음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되고, 그 사실이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생생하고 솔직하게 기록한다. 단순한 회고담이 아니라, 돈이라는 요소가 친구 관계, 자존감, 기회, 선택의 폭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자기 성찰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저자가 ‘질투’나 ‘열등감’ 같은 감정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직면하려는 태도였다. 돈이 많은 친구의 소비, 말투, 세계관을 보며 처음에는 동경하고, 이후에는 자신도 모르게 선을 긋고 마음의 벽을 쌓아가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다. 이 책은 단순히 “부자 친구가 부러웠다”는 이야기를 넘어, 왜 우리가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그 감정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질문하게 만든다.
또한 저자는 ‘돈’이라는 것이 단순히 소비의 도구가 아니라, 인생을 설계하는 틀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컨대 부유한 친구는 대학 전공, 진로, 여행, 연애 등 인생의 주요한 선택지에서 ‘가능성의 폭’이 넓다. 반면 자신은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삶을 살 수 있는지를 규정짓는 힘으로 작용했다. 이 대조를 통해 우리는 자연스럽게 ‘공정한 사회란 무엇인가’, ‘기회의 평등은 가능한가’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저자는 그 친구와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돈보다 관계의 진정성’이라는 식의 교훈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돈이라는 현실적 조건이 사람 사이에 작용하는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과 태도를 끝까지 회피하지 않는다. 그 정직함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나의 돈 많은 고등학교 친구』는 돈에 대한 탐욕이나 반감을 드러내기보다는, 우리 모두가 자본주의 안에서 살아가며 겪을 수밖에 없는 감정과 갈등을 정제된 언어로 담아냈다. 이 책은 독자에게 ‘나는 내 친구와 얼마나 솔직한가?’, ‘나는 돈에 대해 얼마나 자유로운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한다.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오늘날 한국 사회의 계층 구조와 그 안에서의 개인의 고뇌를 보여주는 거울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