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형식이 독특하다. 1912년 아메리카 대륙에서부터 2401년 달 식민지까지. 500년의 세월, 지구와 달이라는 공간을 넘어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이다.
1912년 에드윈은 영국의 상류층 집안의 막내아들로 품위 없는 행실때문에 부모에게서 쫓겨나 영국의 식민지인 캐나다로 떠난다. 캐나다에서 애드윈은 피송금인(remittance man)으로서 부모에게 정기적으로 생활비를 송금받아 생활한다. 그러다 어느날 어떤 숲에서 갑자기 한순간 눈이 먼 듯 어둠 속으로 들어간 느낌을 받으며 동시에 바이올린 음악이 연주되는 소리를 듣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된다.
2020년 작곡가인 빈센트의 오빠 폴 제임스 스미스는 여동생 빈센트가 캠코더로 찍었다는 이상한 영상을 대중들에게 공개하고 미렐라는 그 영상을 본다.
영상 속에는 희미한 숲길 속에서 화면이 갑자기 캄캄해지더니 바이올린음과 이상한 쉭 소리가 들리고 다시 순식간에 숲으로 돌아오는 화면이 담겨있었다.
미렐라는 패이살이란 남편이 있었고, 그들은 빈센트와 빈센트의 남편 조너선과 친구였다. 하지만 조너선이 벌였던 폰지 사기에 패이살은 재정 파탄을 맞았고 자살했다.미렐라는 이후 연락이 끊긴 빈센트 부부를 찾고 있었다.
2203년 올리브는 「매리언배드」라는 소설을 쓴 작가이다. 이 소설은 영화화되어 지구에서 신판 북투어를 하고있다.올리브는 두 번째 달 식민지인 <제2식민지>의 작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왔으나, 책이 영화화되면서 남편과 딸을 달에 두고 지구에서 3주동안 머무를 예정이다.「매리언배드」 소설에는 숲에서 어둠과 바이올린 소리가 들리는 이상한 경험에 대한 내용이 있다.이는 올리브가 직접 경험한 것이었다. “제가 받은 느낌은… 미친 소리 같겠지만, 전 두 장소에 동시에 있었어요. 숲에 있었다고 말한 그때 터미널에도 계속 있었죠.”
2401년 개스퍼리는 이 특이 현상의 의문을 조사하기 위해 시간여행하여 에드윈, 미렐라, 올리브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다.
처음에는 대체 무슨이야기를 하는 거야? 헷갈릴 수도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가 또 단편처럼 흥미롭고 결국엔 다 이어진다. 이들은 다른 시공간을 살고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전면에 드러내놓고 설명하진 않지만 크든 작든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스멀스멀 표현된다. 시대를 막론하고 크고 작은 종말의 기미가 자연스럽게 일상을 떠돈다.
스펙터클한 행성의 충동이나 외계인의 침락같은 거대한 위기가 아닌 아주 조용하게 다가오는 '종말'의 과정과 이를 견디는 불안, 혹은 다가올 위기를 모르는 인물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다. '어떤 항성도 영원히 타오르지는 않는다'라는 문장을 통해 결국 수십억년간 빛을 발해온 태양조차 언젠가는 끝을 맞이할 것임을 강조하면서,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왜 살고 있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질문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