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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2-약속된 장소에서
5.0
  • 조회 214
  • 작성일 2025-08-04
  • 작성자 김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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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언더그라운드 2: 약속된 장소에서』는 목소리의 책이다. 1995년 3월, 일본 열도를 충격에 빠뜨린 옴진리교의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 사건 이후, 하루키는 피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언더그라운드』를 출간했고, 이번 책에서는 가해자였던 옴신리교 신자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그가 이 책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은 단순한 진실 규명이나 범죄 탐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내면에 어떤 공백이 있었는지, 그들을 그런 선택으로 내몬 사회의 구조는 무엇이었는지를 섬세하게 포착하려는 시도다.

책 속 인터뷰이들은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학벌이 뛰어나거나 성실한 직장인이었고, 부모에게 효도하던 아이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느 순간 절대적 진리와 구원을 갈망하며, 자신의 판단을 멈추고 지도자의 말에 절대 복종하는 길을 택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론 무섭도록 현실적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소름 끼쳤던 점은 바로, 그들이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괴물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너무 평범해서, 우리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키의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그는 판단을 유보한 채, 독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저널리스트처럼 날카롭게 파고들지도 않고, 소설가처럼 극적으로 연출하지도 않는다. 그저 질문하고, 기다리고, 받아쓴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진정한 '듣기'란 무엇인지, 그리고 타인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끼게 된다.

책의 말미에서 하루키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사회가 진정 건강한 것인지 되묻고 싶었다"고 말한다. 테러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불편하고 불쾌할 수 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다. 진실은 언제나 양면적이고, 인간은 그만큼 복잡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오늘의 한국 사회와도 자연스럽게 연결 지었다. 확신에 찬 목소리, 맹목적인 추종, 갈등을 증폭시키는 구조들. 우리도 어느 날 갑자기 약속된 장소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일본의 과거 사건을 다룬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또 하나의 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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