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마치 한 잔의 위스키처럼, 천천히 음미할수록 깊은 풍미와 여운을 남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만약 이 제목으로 소설을 썼다면, 그것은 아마도 말과 마음 사이의 거리,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불완전한 소통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 가상의 책은 위스키라는 매개를 통해 언어가 품을 수 없는 감정, 말로 전해지지 않는 진심을 그려낸다. 위스키가 말 대신 우리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세상은 더 솔직하고, 더 외로울 것이며, 어쩌면 더 따뜻할지도 모른다.
소설은 주인공이 도심의 작은 바에서 시작하는 일련의 만남과 이별 속에서 자신의 상처와 타인의 고독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는 대화를 나누는 대신, 상대방이 고른 위스키의 향과 맛으로 그들의 감정을 읽는다. 스모키한 향은 후회, 부드러운 바닐라 노트는 애정, 묵직한 피트향은 말 못할 슬픔을 의미한다. 이런 설정은 무라카미 하루키 특유의 몽환적 세계관을 떠올리게 하며, 독자에게 현실과 상상이 중첩된 감각을 안겨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주인공이 과거 연인을 다시 만나는 대목이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위스키 한 잔을 시킨다. 그 짧은 순간, 말보다 더 많은 것을 공유하고 이해한다. 그 장면은 우리가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정들을 어떻게든 전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가 항상 말해왔듯, ‘진짜 중요한 것들은 언제나 말 너머에 있다’는 메시지를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읽는 내내 한 편의 재즈처럼 느껴진다. 리듬과 여백, 침묵의 의미가 살아 있다. 하루키는 소통이 불완전하다는 사실을 애써 고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찾으려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고, 사랑하고 떠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우리의 언어가 위스키라고 한다면』은 말 대신 술로 감정을 나누는 세상에서조차 결국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음을 인정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불완전함을 끌어안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이해’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역설도 담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관이 그러하듯, 이 작품 역시 외로움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그 외로움을 나누는 법도 속삭인다.
이 책은 위스키처럼 쓰고 향기롭고, 그리고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