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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
5.0
  • 조회 210
  • 작성일 2025-07-20
  • 작성자 김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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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한의 『도시를 거닐면 일본사가 보인다』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단순한 관광지로 바라보지 않고, 역사라는 깊은 층위에서 읽어내려는 시도를 담은 인문학적 기행서다. 이 책은 일본의 주요 도시들을 직접 걸으며 그곳에 스며 있는 역사적 사건과 문화의 흔적을 되짚는다. 도쿄, 교토, 오사카, 나가사키, 가고시마 등 잘 알려진 도시들 속에서 저자는 도시의 형성과 변화, 그리고 일본 사회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공간’과 ‘역사’를 연결하는 저자의 시각이다. 우리가 흔히 스쳐 지나가는 거리 하나, 건물 하나, 사찰이나 성 하나에도 수백 년간의 역사와 권력, 문화,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은 말한다. 예를 들어, 도쿄의 긴자 거리를 단순한 번화가로만 바라보는 대신, 그곳이 메이지 유신 이후 서구 문물과 자본주의의 상징이 되었음을 짚고 넘어간다. 교토의 고즈넉한 절 하나도 막부 시대의 정치 권력과 종교 세력의 미묘한 균형 속에서 의미가 재구성된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일본 근대화의 중심지였던 가고시마와 나가사키를 통해 일본이 어떻게 서구 문명을 받아들였고, 그 결과 국내 정치와 군사 체제를 어떻게 바꿔나갔는지에 대한 분석이다. 메이지 유신이라는 거대한 전환의 이면에는 지역 번(藩) 간의 정치적 경쟁, 외세에 대한 불안, 내부 체제에 대한 반발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도시라는 ‘현장’을 통해 설명해내는 방식은 단순한 역사적 지식 전달을 넘어, 현장감 있는 역사 교육으로 느껴졌다.

또한 저자는 일본의 역사를 단순히 미화하거나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특히 조선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한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문제를 비판적 시각으로 다룬다. 임진왜란의 발발지였던 히젠 나고야성에서, 조선 침략의 흔적이 어떻게 현장에 남아 있는지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는, 한국 독자로서 무거운 책임감과 역사적 분노를 동시에 느꼈다. 동시에 우리는 일본을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역사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그 안에서 우리와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 책은 일본사를 다룬 교과서보다 훨씬 생생하고 입체적인 시선으로 일본을 바라보게 한다. 도시를 단순한 ‘장소’가 아닌 ‘기억의 공간’으로 보는 시각, 그리고 역사란 과거가 아니라 지금도 살아 움직이는 존재라는 통찰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 공부에 대한 태도까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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