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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온다
5.0
  • 조회 222
  • 작성일 2025-06-24
  • 작성자 이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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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한강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그녀의 책을 즐겨 읽었고, "소년이 온다"에 대한 평단의 극찬도 알고 있었는데도 마치 맛있는 음식을 남겨두듯 읽지 않고 있었다. 아니, 솔직하게 맛있는 음식을 남겨뒀다기 보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주는 압박과 슬픔을 쉬이 털 수 없을 거 같아서 읽기를 주저했던거 같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나 자신에게 묻고 또 물었다. 나는 그 시절의 동호의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지냈을까. 어떤 선택을 했을까. 외면했을까. 마주했을까 수십번을 고민했다. 누구보다 순하고 조용한 아이였던 동호가 시신을 수숩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을 품는 장면들은 한 소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동호가 겪는 감정이 너무 선명해서 그의 고통이 나에게 또렷이 전달되었다.

책을 읽고는 쉽게 내용을 잊곤하는데 나의 비루한 기억력 수준에도 이 책의 내용이 생각 나는 건 이 책이 서술하는 방식이 사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할 수 없음 그 자체를 문제화한다는 점이다. 등장인물들은 끊임없이 침묵하거나, 기억을 잃거나, 말하기를 주저한다. 이는 곧 말해지지 못한 폭력의 구조와 그 침묵이 후세에 어떤 윤리적 책임을 남기는 지를 암시한다.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과 말해지지 못한 것들을 말하려는 시도 그리고 살아남은 자들이 감당해야 하는 죄책감과 고요한 고통. 읽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답답했고 슬프고, 분노스러웠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한강이 의도했든 안했든 억압받고 침묵당한 존재들과 연대했고, 살아남은 자로서 우리가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고민을 시작했다. 주변에 벌어지는 부조리에 부당함에 침묵하지 말아야지 다짐하면서도 말하지 않을때가 많다. 억울함을 당하고 잊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좋은게 좋다 치부하거나 내가 이 사회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적이라고 생각하고 금세 마음가짐을 고쳐 먹는다. 나는 참 편하고 철없게 살아왔던거 같다. "어른이 되면, 잊지 말아야지." 했던 소년처럼 시대의 윤리를 직면하고 정진하는 게 가능할까. 그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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