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매체를 통해서 박종훈 기자의 트럼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정리해서 전체적으로 만나니 뒷 끝은 더 참담했다. 하필이면 시기도 이래서 더더욱 미래가 보이지 않아 숨이 막혀올 지경이다. 자국 주의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미국 최우선으로 움직이겠다는 트럼프가 오히려 양반이다.
<트럼프2.0시대>는 내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준 것만은 확실하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연결고리들을 잡아주었다. 미국의 리쇼어링과 우리나라 청년 실업 문제, 미국의 대중국 정책들 사이의 새우등 터질 우리나라 에너지 문제, 부동산으로 자산을 집중하는 우리나라 가계 지출과 내수 성장의 문제 등. 연결하면 할수록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나의 하찮은 정보만으로도 숨이 막힐 정도로 답답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 밀려온다.
미국은 사회 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큰 병에 걸리거나 일자리를 잃었을 때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유럽은 미국에 국방을 떠맡기고 이렇게 절약한 국방비로 온갖 사회 안전망을 만들어 놓고 미국보다 안온한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에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천조국이 왜 국방비로 난리를 치지? 방산업으로 돈을 벌어서 완성된 나라면서 왜 이제 와서 여러 국방비에 시비를 거는 걸까 싶었다. 게다가 그 안에 우리나라도 포함되어 있으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천조국이 되어서 더더욱 여러 나라와 동맹국들에 감놔라 배놔라 하지 않았나?라고 쉽게 생각한 나. 오히려 이제까지 나토부터 시작해서 여러 나라의 국방을 위해 미국이 했던 일에 대해서 생각하니 놀라울 정도긴 하다. 나라도 대통령이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국민으로서 반하지 않을까 싶었던 대목. 내가 지금 먹고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다른 나라 방위한다고 왜 돈을 낭비하는가 싶기도 하다. 물론 그 돈으로 해당 국가의 목줄을 쥐듯이 영향력을 펼치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리나라도 국방비를 더 내라고 선포했는데, 이를 어떻게 할지 궁금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도 어렵다. 많은 여러 전문가는 그 대신에 어떤 다른 조건을 협상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지금 그걸 할 수 있는 정부가 더 문제인 듯하기도 하다.
미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이 지역의 교육 기관에 돈을 퍼 주면서 직업 훈련 프로그램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워낙 오랫동안 제조업을 등한시해 온 탓에 생산 인력 자체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가 미국의 지역 노조가 근로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은 그야말로 최악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한다.
IRA 법안으로 미국으로 들어간 우리나라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몇 년 전에 들어간 TSMC도 아직 미국 문화와 여러 문제들로 인해 자리 잡지 못하고 있고, 지금 지원을 받아 시작해도 시원찮을 판에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주려고 했던 돈도 안 준다고 하니! 게다가 제조업이 죽어가는 나라에서 인력도 못 구하고 말도 안 통하니 더 힘들지 않을까 했는데.. 이 문제는 결국 우리나라 안의 청년 실업 문제로 귀결되는 걸 보고 놀라웠다. 단순히 우리 기업이 좀 잘 되면 좋겠고,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물건이 잘 팔리면 좋겠다는 얼마나 1차원적인 생각이었던가. 물론 미국에서 공장을 지어서 제품을 만들고 미국 내에서 팔면 우리나라에 돈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큰 혜택이 없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것보다 더 우선적으로 우리나라 청년들의 일자리도 없어진다는 것까지 생각을 못 했다. 안 그래도 힘든 우리 청년들이 더더욱 길이 안 보이는 것 같다.
유럽의 합계 출산율은 1990년대 말에 크게 떨어지긴 했지만 지금도 1.46명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0.72까지 추락했습니다. 지금은 우리보다 먼저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유럽이 급속히 가난해지고 있지만, 만일 우리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인구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수년 내로 우리가 유럽보다 몇 배는 더 큰 고통을 겪게 될 거라고 예측한다.
게다가 이는 자연스레 출산율로 연결되지 않는가. 자기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사람들이 아이를 낳으려고 할리가. 심지어 아이를 낳은 나조차도 아이에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앞으로 뭘 더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는데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HBM에 이어 최신 메모리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게 되면 당장은 중국이 어려움을 겪겠지만, 아예 수입을 할 수 없게 되면 CXMT 같은 중국 기업이 홀로 중국 시장을 독차지하게 되어 오히려 더 빨리 우리 반도체 기업을 추격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가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당장 가장 큰 시장을 잃어버리는 것은 물론, 나중에 자생력을 가진 중국 반도체 기업의 거센 추격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만큼 반도체 수출 규제 대상을 축소하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순간에 와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중단 4개년 계획'. 중국이 벼르고 있다는 대만과의 전쟁. 중동 전쟁 등을 보면서 새우등 터질 일만 남았나 싶을 정도다. 에너지 수급이 막힐 게 뻔해서 송전선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 답답하고, 곧 에너지 대란이 온다는데 관련해서는 무슨 일을 하나 싶기도 하고. 지금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시급한데,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그 누구도 제대로 일을 처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가. 심지어 그러라고 뽑아놓은 일도 보이콧을 하고 있으니 뭘 어쩌려는 건지 알 수 없다.
부동산 값이 아무리 올라도 대한민국 생산성이 올라가거나 혁신 기업이 등장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만, 증시가 활성화되면 엔젤 투자자들이 언제든 현금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또한 인수 합병이 활성화되어 경제의 효율성이 크게 향상될 수 있습니다.
부동산 문제가 이렇게 큰일인지 몰랐다. 우리나라보다 가계에서 부동산 비중이 조금이라도 낮은 중국도 그것 때문에 큰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훨씬 높은 우리는 과연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까? 부동산에만 돈이 묶여 있는 상황이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것. 돈은 물과 같아서 고여 있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흘러 다녀야 하는데, 부동산은 말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 자산이니 거기 묶여 있어서 빚 웅덩이만 커지게 하고 있으니 될 일인가. 어쨌든 사회가 점점 더 그렇게 만들어지고 있으니 우리가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