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생은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것과 스스로 결정한 것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유일무이한 칵테일이며 내가 바로 이 인생 칵테일의 제조자다. 그리고 나에게는 이 삶을 잘 완성할 책임이 있다."('어떤 위안' 에서)
소설가 김영하(57)가 6년 만에 발표한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은 사적이고 내밀한 가족사와 함께 저자 자신의 삶을 무덤덤한 어조로 담아냈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 격인 '일회용 인생' 첫 문장을 "인생은 일회용으로 주어진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삶이 단 한 번이라는 일회성, 그리고 돌이킬 수 없다는 불가역성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고찰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저자는 돌아가신 어머니와 아버지 이야기를 풀어낸다.
일본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학교에 보내주지 않는 집에서 가출해 여군들에게 밥을 해주는 곳에서 일하고 부뚜막 옆 쪽방에서 생활하며 야간에 상업고등학교를 다녔다. 이후 군인이 되어 결혼하고 가정을 꾸렸다.
저자는 그런 아버지와 평생 서로 기대와 실망이 엇갈렸다고 회고한다. 아버지는 글씨를 잘 써야만 성공한다며 우물 정(井)을 하루 천 번 쓰게 하지만, 저자는 끝내 글씨를 멋지게 쓰지 못하고 작가가 된 뒤에도 워드프로세서로 글을 쓴다.
어머니는 평생 자신의 결혼 전 삶을 자녀들에게 자세히 털어놓지 않고, 저자는 그런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여든 조문객들의 말을 듣고 어머니가 20대 때 군인이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처럼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건조한 문체로 표현돼 있음에도 저마다 무거운 사연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워낙 내밀한 가족사를 담고 있어서인지 저자는 책 말미에 실은 후기에 "다른 작가의 책을 읽다 보면 때로 어떤 예감을 받을 때가 있다"며 "아, 이건 이 작가가 평생 단 한 번만 쓸 수 있는 글이로구나. 내겐 이 책이 그런 것 같다"고 고백한다.
저자는 또 "원래 나는 '인생 사용법'이라는 호기로운 제목으로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곧 내가 인생에 대해서 자신 있게 할 말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놓았다.
아울러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그저 내게 '단 한 번의 삶'이 주어졌다는 것뿐"이라며 "많은 이들이 이 '단 한 번의 삶'을 무시무시할 정도로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그냥 그런 이야기들을 있는 그대로 적기로 했다. 일단 적어놓으면 그 안에서 눈이 밝은 이들은 무엇이든 찾아내리라. 그런 마음으로 써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