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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개정판)
5.0
  • 조회 228
  • 작성일 2025-06-24
  • 작성자 권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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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 여성이 채식주의자가 되면서 겪는 심리적, 사회적,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룬 소설이다. 주인공 영혜는 어느 날 반복적으로 꾸는 악몽을 계기로 고기를 끊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가족과 사회는 이를 병리적인 이상 행동으로 간주한다. 이 작품은 영혜가 채식주의자가 된 이유와 그로 인해 드러나는 인간 내면의 억압, 폭력, 소외를 섬세하고도 날카롭게 그려낸다.

채식주의자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시점이 다르다. 첫 번째 장은 남편의 시점으로, 영혜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단순히 ‘이상한 아내’로 규정짓는다. 두 번째 장은 형부의 시점으로, 영혜를 예술적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며 점점 파괴적인 방향으로 치닫는다. 세 번째 장은 언니 인혜의 시점으로,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무관심과 상처, 그리고 끝내 정신적으로 무너져내리는 영혜의 모습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한다. 이 시점 변화는 독자가 영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들며, 그녀의 침묵 속에서 말하지 못한 고통과 저항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이 소설이 인상적인 이유는, 영혜가 채식을 선택한 것이 단순한 도덕적 실천이나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존재 자체에 대한 부정, 즉 인간의 폭력성과 억압된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의 저항이라는 점이다. 영혜는 점점 식물처럼 살고 싶어하며, 결국 자신이 나무가 되었다고 믿는다. 그녀의 이러한 변화는 비정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보여주는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이 더욱 섬뜩하게 느껴진다. 영혜는 자신의 몸과 정신을 통제할 마지막 수단으로서 ‘먹지 않음’을 선택한 것이다.

한강은 문장을 통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정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녀의 글은 무겁지만 시적이고, 침묵이 긴 여운을 남긴다. 특히 식물과 인간, 육체와 정신, 자유와 억압을 넘나드는 상징들은 독자에게 깊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채식주의자는 단지 한 여성의 파멸기를 그린 것이 아니라, 사회가 강요하는 정상과 규범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이 억눌려 살아가는지를 통찰하게 한다. 영혜는 끝내 자유를 얻었을까, 아니면 세상의 폭력 앞에서 사라진 존재가 되었을까. 이 질문은 독자 각자에게 다르게 남을 것이다.

한강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 몸과 정신의 경계,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는 사회의 잔혹함을 예리하게 파고든다. 채식주의자는 단순히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내가 누구이며, 나는 타인의 고통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지 묻게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무겁지만 반드시 읽어야 할 현대문학의 중요한 작품이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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