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림과 울림』은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가 물리학이라는 과학의 언어를 통해 세계와 인간, 그리고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교양서이다. 이 책은 물리학의 복잡한 개념들을 단순히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통해 우리가 누구이며, 어떻게 존재하며, 왜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성찰하도록 이끈다.
책은 우주의 시작, 즉 빅뱅에서 출발한다. 우주는 약 138억 년 전 하나의 점에서 시작되어 팽창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원자, 전자, 빛, 시간, 공간이 형성된다. 김상욱 교수는 이 모든 물리적 요소들이 특정한 ‘떨림’을 가진다고 말한다. 이 떨림은 곧 존재의 고유한 성질이며, 세상의 모든 사물과 생명은 이런 떨림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처럼 우주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진동과 에너지의 흐름 속에 존재한다.
이러한 떨림이 상호작용을 일으킬 때 우리는 '울림'을 경험한다. 즉, 세상은 독립적인 개체들의 모음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낸다. 중력, 전자기력, 원자 간의 힘 등도 모두 ‘관계의 물리학’으로 해석된다. 김상욱은 이를 통해 인간 또한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들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 속의 존재임을 강조한다.
책은 단지 과학적 지식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는 ‘우리는 믿는 것을 본다’는 말처럼, 관찰자의 믿음이 현실에 영향을 미친다는 통찰이 등장한다. 이는 객관적 사실만을 중시하는 과학의 전통적 관점과 달리, 인간의 인식과 감정도 우주의 구성에 일정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또한 ‘엔트로피’ 개념을 통해 시간의 비가역성과 변화의 본질을 설명하며, 우리가 지나온 시간은 결코 되돌릴 수 없고, 따라서 ‘지금 이 순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런 철학적 사유는 물리학이라는 과학을 인간 삶과 연결해 깊이 있게 풀어낸다.
책의 문장 하나하나는 시처럼 짧고 함축적이며, 때로는 감정적으로도 다가온다. “우주는 떨림이다. 인간은 울림이다”라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구절이다. 존재가 서로의 떨림에 반응하며 관계를 맺는다는 이 관점은, 과학이 결코 냉정하고 차가운 학문만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과학은 우리가 삶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며, 더 나아가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도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국 이 책은 물리학이라는 틀을 빌려 인간과 세계의 근본적인 연결성을 탐색한다. 그리고 과학이 단지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세계를 대하는 ‘태도’임을 일깨운다. 의심하고, 질문하며, 확신보다는 겸손한 시선을 유지하는 것. 그것이 과학의 본질이며, 우리가 세계와 마주하는 올바른 자세라는 것이다.
『떨림과 울림』은 과학을 몰라도, 물리를 전혀 모른다 해도 누구나 읽고 사유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복잡한 이론을 쉽게 설명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창을 열어준다. 우리가 ‘떨리는 존재’로서 이 우주 안에 있다는 사실은,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는 조용한 감동의 울림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