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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5.0
  • 조회 203
  • 작성일 2025-08-18
  • 작성자 정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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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는 세계적인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역사학 뿐만 아니라 인류학, 생물학, 경제학, 사회학 등 여러 학문을 통합적으로 조망한 작품이다. 사피엔스는 호모 사피엔스를 뜻하며 저자는 약 7만여년전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됐는지를 크게 세가지 혁명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번째는 약 7만년전에 일어난 인지혁명으로 하라리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이 시기 인간은 복잡한 언어를 통해 존재하지 않는 개념, 즉 신화, 종교, 국가, 기업과 같은 집단적 허구를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하였다고 본다. 이러한 능력은 협력의 범위를 가족이나 부족수준에서 수만명의 거대집단사회로 확장시키는 기반이 되었고 네안데르탈인 등 다른 인간 종을 압도하는 결정적인 차별점을 갖고 되었다고 한다. 두번째 혁명은 농업혁명으로 약 1만2천년전 인간은 수렵채집 생활을 넘어 농경사회로 전환하게 된다. 이는 식량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으나 하라리는 농업혁명은 인간 삶의 질에 대한 향상이 아닌 인간이 곡물에 종속된 사건이라고 평가합니다. 즉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하게 되었을 뿐 개별적인 인간은 더 많은 노동, 단조로운 식사, 빈번한 질명에 시달리게 되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세번째는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부상이다. 18세기 이후 산업혁명은 에너지의 이용, 기술의 급속적인 발전을 이루게 하였고 이는 곧 자본주의 체제로의 정착이 가능했다. 하라리는 자본주의를 신뢰에 기반한 체제로 설명하면서 은행, 기업, 화폐의 등장 역시 허구에 기반한 협력체계라고 이야기한다. 현대의 인간은 이러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례없는 물질적인 풍요를 이루고 있지만 동시에 자연의 파괴와 불평등,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안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이제 인류는 유전공학, 인공지능 등을 통해 자신을 다시 설계하려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즉 인간은 진화의 수동적 산물이 아닌 능동적 창조자로 후계종인 호모데우스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사피엔스에서 가장 공감가면서도 새로운 시각이 돋보이는 부분은 농업혁명이 일어난 농경사회에 대한 평가였다.

농경시대에는 공간이 축소되는 동안 시간은 확장되었다. 수렵채집인은 다음 주나 다음 달에 대해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농부들은 미래의 몇 해나 몃십 년이라는 세월 속으로 상상의 항해를 떠났다. 수렵채집인들은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데다 먹을거리나 소유물을 저장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도 모종의 사전 계획을 도모한 것은 분명하다. 알타미라 동굴의 예술품을 만든 사람들은 작품이 수백 세대 이어지도록 의도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사회적 동맹과 정치적 라이벌 관계는 장기적인 성격을 띤다. 은혜를 갚거나 복수를 하는 데는 흔히 여러 해가 걸린다. 그럼에도 수렵채집인의 생업경제에서 장기 계획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수렵채집인들은 그 덕분에 많은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자기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일을 걱정해봐야 무의미했다. 농업혁명 덕에 미래는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농부들은 언제나 미래를 의식하고 그에 맞춰서 일해야 했다. 농업경제의 생산 사이클은 계절을 기반으로 했다. 몇 개월에 걸쳐 경작을 하고 나면 짧고 뚜렷한 수확기가 뒤따랐다. 퐁성한 수확을 모두 끝마친 날 밤 농부들은 마음껏 축하를 할 수 있었지만 그로부터 한두 주일 이내에 다시 새벽에 일어나 들판에서 온종일 일하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식량은 오늘, 다음 주, 다음 달 먹을 것까지 충분했지만 이들은 다음해와 그다음 해 먹을거리까지 걱정해야 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생산의 계절적 사이클뿐 아니라 농업 자체의 근본적 불확실성에도 뿌리를 두고 있었다. 대부분의 마을은 아주 제한된 종류의 재배작물과 가축을 기르며 살았기 때문에 가뭄, 홍수, 병충해에 취약했다. 농부들은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해야 비축분을 만들 수 있었다. 저장고에 곡물이, 지하실에 올리브오일 통이, 식료품 저장실에 치즈가, 서까래에 소시지가 매달려 있지 않으면 흉년에 굶어 죽을 위험이 있었다. 그리고 흉년이나 흉작은 늦든 이르든 오게 마련이었다. 나쁜 시절이 오지 않을 것이란 전제하에 사는 농부는 오래 살지 못했다. 그 결과 농업의 도래와 함께 비로소 인간의 마음속 극장에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주연배우가 되었다. 농부들이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단순히 걱정할 이유가 더 많았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더 맣은 밭을 일구고 관개용 수로를 더 파고 더 많은 씨를 뿌릴 수 있었다. 근심하는 농부는 여름철 수확개미만큼이나 정신없이 바쁘게 일했다. 자녀들과 손주들이 그 열매에서 기름을 짤 수 있도록 땀 흘려 올리브나무를 심었고 오늘 간절히 먹고 싶은 식량을 겨울이나 내년을 위해 참고 비축해 두었다. 농사 스트레스는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그것은 대규모 정치사회체제의 토대였다. 슬프게도 부지런한 농부들은 그렇게 힘들여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그토록 원하던 경제적으로 안정된 미래를 얻지 못했다. 모든 곳에서 지배자와 엘리트가 출현했다. 이들은 농부가 생산한 잉여식량으로 먹고살면서 농부에게는 겨우 연명할 것 밖에 남겨주지 않았다. 잉여식량은 정치, 전쟁, 예술, 철학의 원동력이 되었다. 근대 후기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90퍼센트는 아침마다 일어나 구슬 같은 땀을 훌리며 땅을 가는 농부였다. 그들의 잉여 생산이 소수의 엘리트를 먹여 살렸다. 왕, 정부 관료, 병사, 사제, 예술가, 사색가....역사책에 기록된 것은 엘리트의 이야기다. 역사란 다른 모든 사람이 땅을 갈고 물을 운반하는 동안 극소수의 사람이 해온 무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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