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벼르고 벼르다가 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소설 같은 재미는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심정으로 책을 받아 들었으나 옮긴이의 노고로 그간의 걱정이 무색해졌다.
일단 알기 쉬운 한글로 옮겨져 있었고, 관직명에 인명이 일일이 병기 되어 있어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중요한 인물부터 이순신 장군을 측근에서 시중 든 사내종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을 넘어 개인의 일기를 옮기는 것이 얼마나 세심한 작업이었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이 시대 우리가 얼마나 지식을 쉽게 취득 하는가에 대해 깊은 감사함을 느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인적으로 의아하게 생각한 부분은 크게 두가지이다.
첫째는 이순신이라는 한 개인의 '일기' 라 하기 보다는 이순신 장군님의 '업무일지' 같다는 것이다.
이는 깊은 애국심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전쟁 중에 나라의 일을 하는 관료라는 본인의 직책에 매우 충실하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고 있을까? 비교하긴 좀 곤란하지만 나 역시 조직의 일원으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그간 우리가 열광하였던 임진왜란 중 승리에 대한 화려한 성과가 생각보다 덜 기술되어 있다는 것이다.
나라면 내 업무일지에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실적과 성과를 구구절절 써 놓았을 텐데 말이다.
물론 조정으로 가는 보고서에는 쓰여져 있겠지만 개인적인 기록지에 왜 언급이 없을까 하는 부분은 매우 의아한 부분이다.
(무언가 내가 매우 소인배 스럽겠다고 생각되어 숙연해 지는 부분이기도 하였다.)
승리에 대한 기록보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사안과 누구를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에 대하여 더 비중있게 다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담으로 이 책 내용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내용은 날씨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누구와 함께 밥을 먹었다" 또는 "누구와 함께 고기를 먹었다" 같은 먹는 내용이다. 조선시대에도 누군가와 무엇을 먹는 것은 꽤 중요한 일정이었다는 생각에 소소한 재미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