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공지사항 FAQ QnA
  • New Arrival
  • BestBooks
  • Category
  • Book Cafe
  • My Books
  • 후기공유
  • 읽고 싶은 책 요청
헌등사
5.0
  • 조회 237
  • 작성일 2025-06-05
  • 작성자 강지영
0 0
'헌등사'는 다섯 편으로 나뉜다. 메인이 되는 작품인 헌등사와 빨리 달려 끝없이, 불사의 섬, 피안, 동물들의 바벨 등의 단편과 희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등사는 대지진과 치명적인 원전 사고가 있은 뒤, 고립된 일본의 모습을 그린다. 자연은 오염되고, 정부는 민영화되고, 쇄국 정책으로 외국어가 더는 쓰이지 않고, 도쿄를 비롯해 일본 열도 전역이 황폐해져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워진다. 해당 사건 이후로 노인들은 죽음을 빼앗긴 채 점점 더 건강해지고, 아이들은 제대로 걷지도 먹지도 못할 뿐 아니라 심지어 스스로 호흡하기마저 곤란할 정도로 차츰 쇠약해져 간다는 것이다. 노인이 젊은이를 보살피는 기이한 현상이 현실이 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재앙 이전 시대에 태어난 요시로와 재앙 이후 태어나 매우 허약한 몸을 가지고 스무 살이 되기도 전에 휠체어 신세를 지는 그의 증손주 무메이는, 이러한 디스토피아에서 살아간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언어의 마술사와도 같은 표현이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일본어와 한자를 교묘하게 섞은 말장난으로 읽는이로 하여금 재미있고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그렇기에 이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외국인인 나 자신이 더욱 아쉽게 느껴졌다. 또한 소재도 매우 신선했는데, 재해로 인해 연령간 역할이 바뀌고 젊은이들은 초고령의 환자보다도 더욱 약한 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일본 작가가 그것도 젊은 작가가 아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작가가 미래사회에 대한 디스토피아 소설을 썼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일본 사회는 이 소설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하다. 일본 사회의 특징인 자연재해로 인한 문제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재로 활용하여 작품을 썼다. 유모차를 끌면서 적극적으로 사회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원전 사고가 불러온 건강과 환경파괴 문제등 미래사회의 문제 제기를 통해서 현실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디스토피아 라고 하면 흔히 문명이 극한으로 고도화된 첨단도시나 세계가 처참히 파괴된 모습 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헌등사'는 그것과 반대로 기술이 퇴화한 세상을 보여주면서 인간의 미래가 소멸해가는 독특한 디스토피아를 구현하고 있다. 그래서 요시로가 살아가면서 겪은 변화들은 앞으로 우리에게 닥칠 아주 정밀한 예언처럼 보인다. 죽지 못하는 상태로 세상의 죽어감을 목격하는 기분은 어떨까, 덤덤하게 그 비극을 바라보게 된다.

등록
도서 대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취소 확인
알림
내용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