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TV쇼에서 누군가 아름다운 꽃들이 지는 게 너무 슬프다고 말하자, 플로리스트가 말했다. 꽃은 그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현재에 존재하라는 것을 상기(remind)한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는 현재 일어나지 않은 미래, 앞으로 있을 일들에 대해 참으로 많이 생각하고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꽃이 아름다운 꽃으로 존재하는 그 현재의 순간에 오롯이 젖어 그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감사하는 자세, 그것이 어쩌면 현대미술을 대해야 하는 우리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조금은 난해하고 형이상학적이더라도 그 순간에 작품과 내가 오롯이 마주하여 교감하는 이질적이고 새로운 심상, 느낌들. 그런 것들이 나의 의식이 아닌 무의식의 세계를 자극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게 평소 내가 갖고 있던 현대미술에 대한 생각이었다.
방구석 미술관 3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몬드리안, <기억의 지속성>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살바도르 달리, 현대 조각의 거장 자코메티, 실제 작품을 감상하고 그 규모와 대단함에 놀랐던 잭슨 폴록, 뉴욕하면 생각나는 마크 로스코, 그리고 너무도 유명한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까지 현대미술에서 6명의 작가의 서사를 다룬다. 사실 이들 작가들의 작품들은 미술관이나 미술 관련 책에서 자주 접해왔었고, 살바도르 달리나 앤디 워홀의 작품들은 너무 자주 노출이 되어 감흥이 없을 정도였는데, 방구석 미술관이 풀어주는 작가들이 걸어온 길과 그 속의 고난, 고통 등을 이해하게 되면서, 순간적으로 지나쳤던 그들의 작품들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몬드리안의 경우, 처음에는 정통적인 미술을 공부하고 당시 유명한 화가들의 화풍도 공부하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구도와 구상을 끊임없이 시도했다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수십년 동안 큰 빛을 보지 못했음에도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치지 않고, 간단한 도형과 선이 남은 현대적인 새로운 느낌의 작품들을 시그니쳐로 남기기까지, 그가 경험했을 좌절하고 고난을 생각하니, 그저 몇초 만에 지나칠 수 있는 추상화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사람이 자기 만의 지옥을 지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현대 미술처럼 작가의 모든 고통과 고뇌가 그 작품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온전히 전해지지 않더라도, 이 책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길을 따라가면 작가의 깊은 마음들을 가늠해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주변인들의 순간 순간을 지나치지 않고 한번 쯤은 그들의 고단한 마음을 떠올려봐 주는 게 어떨까 싶다. 방구석 미술관3는 현대미술을 처음 접하거나 평상시 관심이 있었던 이들에게도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고,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들도 보다 깊이 보고 느낄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