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진의 소설 『파친코 1』 은 일제 강점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한반도와 일본을 배경으로, 가난과 차별 속에서도 꿋꿋하게 삶을 이어가는 한 조선인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탐구한다. 작품은 주인공 선자를 중심으로, 그녀의 가족이 겪는 고난과 선택들을 통해 개인의 삶이 역사적 현실과 어떻게 얽히는지를 보여준다.
주로 선자가 일본으로 이주하게 되는 배경과 그 과정에서 직면하는 현실에 초점을 맞춘다. 선자는 가난한 어촌에서 태어나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자라지만, 젊은 시절 한 남자와의 관계로 인해 예기치 않은 상황에 처한다. 이후 그녀는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단한 선택을 하며, 일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이 소설은 단순히 선자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넘어, 당시 조선인들이 일본에서 겪었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차별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다. 선자와 가족은 일본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낙인찍히고, 끊임없이 소외와 억압에 직면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지키기 위해 끈질기게 살아간다.
학창 시절 국어책에 실려있는 한국 장편소설의 일부를 공부했던 적이 있습니다. 교과서에 실리는 작품은 한국 소설의 명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서 수난이대,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오발탄, 메밀꽃 필 무렵 등의 소설이 있습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은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책의 일부를 꾸역꾸역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운이 좋게도 교과서를 읽고 나서 소설의 나머지 부분에 대해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소설의 전문을 찾아보곤 했습니다. 학생들이 시험 본문이 아닌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좋은 소설을 접했다면 더 강한 동기를 갖고 책을 읽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듭니다.
파친코를 읽으면서 그때 그 작품들을 읽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이 감정은 치열하다 못해 끈적하게 열악한 현실을 드러내는 책을 읽을 때 주로 떠오릅니다. 좋은 소설은 열악한 시대 상황을 때론 사실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고, 때론 인물의 삶에 듬뿍 적셔 전달하기도 합니다. 독서를 하다 보면 책은 필연적으로 시대의 모든 장면이 아닌 한 장면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책뿐만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등 모든 매체가 비슷한 특징을 갖습니다. 이런 생각은 실제 사회 모습은 책에서 표현하는 것보다 훨씬 방대한 모습일 것이라는 추측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보통은 책에 담기지 않은 그 너머의 세계를 그려봅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한국 소설을 읽거나 오늘 리뷰할 파친코와 같은 책을 읽을 때면, 글에 표현된 지독한 가난과 시대적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질까 봐 상상하는 것을 잠시 보류합니다.
책을 읽어 보면 일제강점기 시절 어촌에 살던 소시민의 삶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특히 여성의 삶과 설움, 고통, 사람들의 사고방식, 남성주의적 문화가 생생하게 와닿습니다. 또한 그 시절 일본으로 이주해 살아가던 재일교포 디아스포라의 모습도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파친코는 시대상을 인물에 삶에 담아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비교적 노골적으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 표현된 사건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그 속에 인물들의 생각과 삶이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을 전제로 그 시절을 상상하면 마음이 먹먹해집니다. 이 기분은 TV 화면 너머로 유니세프 광고를 볼 때 드는 기분과 비슷합니다. 특히 파친코는 일본인과 조선인의 계층 관계,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계층 관계를 통해 조선인 여자의 삶의 비극을 더 처절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