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40대에 접어들며 인생의 절반쯤은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 무렵, 나는 ‘나는 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라는 질문에 직면하곤 한다. 데이비드 이글먼의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는 그 질문에 대한 낯설지만 깊이 있는 통찰을 안겨주는 책이었다.
책은 인간의 행동과 선택이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특히, 우리가 합리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믿었던 많은 판단들이 사실은 뇌 속 보이지 않는 시스템들의 경쟁과 협력의 결과라는 점은 신선하게 느껴졌다.
40대의 나는 이미 많은 선택을 해왔고, 그 결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선택들이 반드시 의식적이고 자율적인 판단만은 아니었다. 이글먼은 무의식이 기억, 감정, 충동을 조종하며 우리의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무의식의 존재를 알게 되면 자기 이해의 방식이 달라진다. 나 자신을 단순히 의식의 산물로만 여기지 않고, 더 복잡하고 다양한 심층적 요소들의 결과로 바라보게 된다. 이는 나뿐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에도 변화를 준다.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표면적으로 판단하기보다, 그 이면의 무의식적 동기를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은 인생 중반을 지나며 ‘나는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후회를 자주 되새기는 이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무의식의 작용을 이해하면, 과거의 자신을 조금은 더 너그럽게 바라볼 수 있고, 앞으로의 삶에 있어서도 더 깊이 있는 자기 성찰과 타인 이해로 나아갈 수 있다.
또한 이글먼은 무의식이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 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짚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시스템 역시 뇌과학적 관점에서 재고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법과 정의, 처벌과 용서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을 ‘선택 가능한 존재’로만 규정하기보다는 복잡한 뇌의 산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인간적인 접근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늘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흐르고, 우리는 그 안에서 끊임없이 선택하고 결정하며 살아간다. 이 책은 그러한 과정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무의식을 이해하는 것은 결국 나를 이해하는 일이며, 그 이해는 나이가 들수록 더욱 절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