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공지사항 FAQ QnA
  • New Arrival
  • BestBooks
  • Category
  • Book Cafe
  • My Books
  • 후기공유
  • 읽고 싶은 책 요청
교토의 햇살을 간직해
5.0
  • 조회 213
  • 작성일 2025-07-30
  • 작성자 정필찬
0 0
『교토의 햇살을 간직해』는 백수린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고요한 문체로 삶의 상실과 회복, 기억과 그리움을 다룬 단편소설집이다. 그중에서도 표제작인 「교토의 햇살을 간직해」는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작품은 겉으로는 일본 교토에서의 한 유학 시절을 회상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 담긴 감정과 관계, 상처와 치유의 흐름이 매우 복합적이며 섬세하게 표현되어 있다.

작중 화자는 교토라는 도시에서 보낸 유학 시절을 회상하며, 그 시절 만났던 인물들과 경험했던 순간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교토의 햇살, 좁은 골목길, 조용한 절과 카페, 나지막한 건물들 속에서 그녀가 겪은 감정은 단순한 낭만이 아니라, 상실을 직면하고 그것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유학 시절 함께 했던 연인과의 관계, 멀어진 친구, 그리고 자신이 겪은 소외와 외로움까지, 모두 그녀의 기억 속에서 교토의 햇살처럼 따뜻하지만 슬픈 분위기로 남아 있다.

이 소설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조용함’ 속에 있다. 감정을 강하게 폭발시키지 않지만, 오히려 그 조용한 고백과 회상이 독자의 마음을 천천히 파고든다. 주인공의 목소리는 마치 일기장을 읽는 듯 담담하지만, 단어 하나하나에는 복잡한 감정이 녹아 있다. 사랑했지만 이별해야 했던 관계, 다정했지만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의 추억,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돌아보며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시선은 너무나도 진실하고 인간적이다.

특히 작가는 공간의 분위기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교토라는 도시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작품 전체를 감싸는 정서이자 주인공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다. 햇살이 스며든 골목과 창가, 낙엽이 흩날리는 공원, 조용한 찻집에 앉아 있던 시간들은 모두 삶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 공간들은 결국 독자에게도 각자의 기억 속 어떤 장소를 떠올리게 만들며 감정적으로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이 책을 읽으며 ‘기억’이란 무엇인지, ‘그리움’이란 어떤 감정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때로는 후회와 미련, 때로는 따뜻한 회상으로. 『교토의 햇살을 간직해』는 그 기억과 감정들을 억지로 지우거나 미화하지 않는다. 대신 그저 조용히 꺼내어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간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한다. 그 점이 이 작품을 더 아름답고 깊이 있게 만든다.

『교토의 햇살을 간직해』는 화려하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마음이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주고, 삶의 한순간을 돌아볼 용기를 준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는 날, 우리도 그 기억 속 햇살을 조용히 꺼내어 바라보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단순한 소설이 아닌, 한 편의 따뜻한 위안이자 사유의 여백이다.
등록
도서 대출
대출이 불가능합니다.
취소 확인
알림
내용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