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선 교수의 <나이들수록>은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솔직하고도 따뜻하게 들여다본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서 마치 내 속마음을 꺼내어 보여주는 듯한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 50대 중후반이 되니 몸도 예전 같지 않고, 사람들과의 거리도 조금씩 멀어지는 걸 느낀다.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자꾸 떠오를 때, 이 책은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말해준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나이 듦을 단순히 쇠퇴로 보지 않고 ‘익어가는 과정’으로 설명한 부분이다. 거창한 이론 없이도, 현실적인 언어로 나이 들며 겪는 외로움, 상실, 고립감 같은 감정들을 차분히 짚어준다. 무언가를 잃는 만큼, 지금껏 살아온 시간에서 얻은 것들도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
‘혼자 있는 것’과 ‘고립되는 것’은 다르다는 구절도 오래 남았다. 나 역시 혼자가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사람과의 연결을 잃지 않기 위해 애써왔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방식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확인했다.
<나이들수록>은 중년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조용히 건네는 조언 같은 책인것 같다.억지로 위로하지도 않고, 불안에만 머물게 하지도 않는다.
이 책을 통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아직 늦지 않았고,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나이 든다는 걸 부정하거나 두려워하기보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더 단단하게 채워가고 싶다.
특히, '중년 남성들의 관계 단절'에 대한 이야기는 가슴을 찔렀습니다. 직장 생활에 매몰되어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소통에 소홀했던 지난날을 반성하게 되었다. '가장'이라는 무게감 아래 묵묵히 버텨왔다고 자위했지만, 사실은 관계 맺는 방법을 잊어버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회식 자리에서 나누는 건조한 대화나 골프 모임에서 오가는 피상적인 덕담으로는 결코 마음을 나눌 수 없으니까.
책에서 제시된 '관계 지도를 다시 그리는 작업'은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이제는 더 이상 직위나 직책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관계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배우자와의 관계는 어떠한가, 자녀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는가, 오랜 친구들에게는 얼마나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는가 등, 그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관계들을 다시금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어색함과 미숙함도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얻은 용기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