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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5.0
  • 조회 242
  • 작성일 2025-05-31
  • 작성자 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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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자의 소설 모순은 겉보기에 평범한 20대 여성 안진진의 삶을 따라가지만, 그 일상 속에 감춰진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삶의 아이러니를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진진이 어릴 적 자신의 생일날, 어머니가 자신이 아닌 아버지를 위한 음식을 준비하며 “네 아버지가 좋아하는 생선조림이야”라고 말하던 장면이다. 이 장면은 단순한 가족 일상의 단면 같지만, 진진이 성장해가며 겪는 관계의 모순과 외로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 날조차 부모의 관계 속에서 조연이 되는 경험은 진진의 내면에 남모를 결핍을 남기고, 그것이 이후 연인과의 관계에서도 반복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진진이 사랑했던 두 남자, 기형도 시집을 빌려주었던 섬세한 민과, 거칠지만 다정했던 철은 각각 진진이 원하는 것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대변한다. 민은 정신적 교감이 가능하지만 지나치게 조심스럽고, 철은 뜨거운 감정을 주지만 쉽게 다투고 쉽게 상처를 준다. 이 두 사람을 통해 진진이 느끼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은, 결국 인간은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없다는 모순으로 귀결된다. 특히 철과의 마지막 이별 장면에서 진진이 "사랑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고 말하는 부분은, 사랑이 항상 관계의 지속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현실적인 통찰을 담고 있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또한 진진이 시골 외할머니 댁에서 지내는 에피소드 역시 인상적이다. 도시의 피곤한 관계에서 벗어나 할머니의 무심하지만 따뜻한 말투와 단순한 삶 속에서 진진은 잠시나마 마음의 안정을 얻는다. “말이 많은 사람보다 밥을 지어주는 사람이 좋다”는 할머니의 말은, 복잡한 도시에서 말로만 연결된 관계들보다 실천이 담긴 진심이 더 중요하다는 작가의 메시지로 읽힌다.

모순은 결국 삶과 관계, 사랑 속에 내재된 이중성과 모순을 인정하자는 이야기였다. 완벽하지 않기에 더욱 인간다운 진진의 성장기는, 나 역시 내 삶의 모순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모순’ 속에서 흔들리고 아파하면서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당연하지만 잊고 있던 진리를, 이 소설은 담담한 목소리로 다시 일깨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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