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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로버트 오펜하이머 평전(특별판)
5.0
  • 조회 189
  • 작성일 2025-08-31
  • 작성자 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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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독후감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이 집필한 『오펜하이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단순한 전기문학을 넘어 20세기 현대사의 가장 뜨거운 지점을 관통하는 서사다. 이 책은 흔히 ‘원자폭탄의 아버지’라 불리는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삶을 방대하고도 섬세하게 복원한다. 천재 물리학자로서의 업적, 로스앨러모스에서의 리더십, 그리고 전쟁 이후 찾아온 정치적 탄압과 몰락이 입체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한 개인의 영광과 비극이 어떻게 시대와 맞물리는지를 깊게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오펜하이머가 보여준 모순적인 인간성이다. 그는 뛰어난 과학자이면서도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며, 카리스마와 설득력으로 수많은 연구자들을 이끌었지만 동시에 극심한 불안과 자기파괴적 성향을 지닌 인물이기도 했다. 특히 맨해튼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지도력은 단순한 과학자의 차원을 넘어선 것이었다. 그는 전 세계의 젊은 과학자들을 모아 사상 초유의 무기를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그 결과물이 인류에게 끼칠 파국적 영향을 미리 예감하고 괴로워했다. 그가 트루먼 대통령에게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습니다”라고 고백한 장면은 오펜하이머의 내적 갈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는 내내 가슴을 무겁게 했다.

동시에 이 책은 과학과 권력의 긴장 관계를 날카롭게 드러낸다. 냉전기의 미국 정부는 오펜하이머가 과거 좌파 인사들과 교류했다는 이유로 그를 ‘잠재적 위협’으로 낙인찍고, 결국 보안 인가를 박탈해 과학계와 정치계에서 배제해 버렸다. 국가가 필요할 때는 영웅으로 추켜세우다가, 시대의 분위기에 맞지 않는 순간에는 가차 없이 버려버린 것이다. 과학자가 권력의 필요에 따라 어떻게 이용되고 또 폐기되는지를 보여주는 이 대목은 지금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과학과 기술은 본질적으로 가치 중립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권력은 언제나 정치적이라는 점을 다시 깨달았다.

무엇보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남는 질문은 ‘프로메테우스의 비극’과 같다.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가 끝없는 고통을 받은 것처럼, 오펜하이머 역시 인류에게 원자력이라는 불을 가져다주었으나 그 대가로 명예와 자유를 잃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가해자만은 아니었다. 그는 스스로 선택했고, 끝내 책임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삶은 더 비극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숭고하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는 방대한 자료와 증언을 통해 오펜하이머를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피와 땀, 모순으로 가득한 인간으로 되살린다. 읽는 내내 나는 ‘천재성과 인간성, 과학과 정치, 이상과 현실’이라는 양극 사이에서 갈등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사는 시대에도 비슷한 갈등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 책은 단순한 전기가 아니라, 과학의 윤리와 인간의 한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던지는 역사서이자 철학적 텍스트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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